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마지막 보루인 수도 다마스쿠스가 내전의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정부군과 반정부 무장세력은 9일 지난해 3월 반정부 봉기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시가전을 벌였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리아 사태가 전 지역을 아우르는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이 뚜렷하다.
이날 교전은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인근 카분과 바르제흐의 반정부 집회를 무력 진압하면서 시작됐다. 정부군이 카분의 민간인 거주지역에 3발의 탱크 포탄을 날려 최소 52명이 사망하자 반군은 로켓추진수류탄을 동원, 현지 발전소를 공격해 도시 북부의 전기 공급을 차단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에 따르면 발전기 4개가 파손돼 피해액만 3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로이터통신은 "다마스쿠스 시가전은 8일 낮 시작돼 이튿날 새벽까지 12시간 동안 지속될 정도로 격렬했다"고 전했다.
정부군은 이와 별도로 각각 중부와 남부, 서부의 저항 거점인 홈스, 다라, 라타키아에서도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홈스에서 29명, 다라에서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한 2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다마스쿠스 교전을 계기로 침묵하던 도시지역 수니파가 본격적인 반 아사드 투쟁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동안 다마스쿠스에서는 도심 폭탄테러나 인근 위성도시의 반정부 시위만 간간히 있었으며 대규모 무력 공방은 처음이다. 정부군은 다마스쿠스와 인구가 가장 많은 북부 알레포를 최후의 방어선으로 삼아왔다. AP통신은 "수도의 수니파 주민들이 최근 지방에서 일어난 대량학살 소식을 접한 뒤 반군을 보호막으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사드 정권이 훌라와 쿠바이르 등 농촌의 수니파 주민들을 학살 타깃으로 삼으면서 인내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내전의 여파가 다마스쿠스까지 번졌지만 국제사회와 시리아 야권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최대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10일 쿠르드족 계열의 압델바세트 시다(56)를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지난해 8월부터 SNC를 이끌던 부르한 갈리운 의장이 사퇴했기 때문인데, 시리아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한 쿠르드족 출신 대표가 얽히고 설킨 SNC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쿠바이르 학살을 현지 조사한 감시단이 보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새로운 결의안을 추진 중이나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9일 "안보리의 군사개입 등 외부 강요가 아닌 시리아 국민이 합의할 경우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에 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리아 사태를 논의할 새 접촉그룹에 이란을 포함시키는 코피 아난 유엔ㆍ아랍연맹 특사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정부 지도부의 분열상과 이란의 개입을 극렬히 거부하는 미국의 태도를 감안할 때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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