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이 신 ‘밀월 시대’를 선언했다.
남중국해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ㆍ黃巖島)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치열하게 대립 중인 필리핀은 미국의 보호를 다짐받았고 국방전략의 중심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옮기려는 미국은 필리핀을 환영했다. 과거 식민-통치의 역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협력관계로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와 태평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상 분쟁에 관해 분명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성명에서 ▦항해의 자유 확보 ▦국제법 존중 ▦방해 받지 않는 적법한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유권 분쟁이 강압이나 무력 사용 없이 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 내용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양국 정상 모두 중국이나 영유권 분쟁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필리핀은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군사지원을 하겠다는 공식 성명 발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은 중국의 눈치를 살핀 듯 구체적 입장 표명을 삼갔다. 그러나 미국은 바로 다음날 필리핀에 해안감시센터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9일 워싱턴에서 아키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뒤 “해양 부문의 협력 확대를 위해 해안감시센터의 설립과 관련 장비 및 운영요원 교육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또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구체적 태도를 취하지 않겠지만 부근 해역의 평화와 안정, 자유로운 항해와 국제법 존중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필리핀 지역방송은 6일 오노리오 아즈케타 국방차관을 인용, 미군이 필리핀의 사전 승인을 전제로 수비크만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수비크만은 과거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있던 곳으로 양국의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은 20년 만에 아시아 최대 군 요충지를 회복하게 된다.
필리핀 언론은 또 필리핀이 싱가포르와 군사교류협정을 체결하는 등 주변국과 군사 공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필리핀과 싱가포르가 협정을 체결하면 1996년 이후 중단됐던 양국 합동군사훈련 등 국방협력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피터 갈베스 국방부 대변인은 “호주와도 군사교류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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