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다시 그리스로 넘어갔다. 스페인이 9일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6일 앞으로 다가온 그리스 총선 결과에 따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리스는 지난달 6일 총선을 치르고도 정부 구성에 실패, 17일 재총선을 치른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신민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긴축안 이행으로 구제금융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의 파국은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구성에 실패하거나 구제금융 재협상을 주장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제1당으로 선출될 경우 그리스는 긴축 거부→디폴트 선언→유로존 탈퇴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금융시장이 2008년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못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채권을 다량 보유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뿐 아니라 독일 등 유로존 모든 국가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지도 모른다.
그리스의 경제 규모는 스페인보다 작지만 유로존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스페인의 금융 문제는 부동산 거품 등 대부분 국내 사정에서 촉발됐기 때문에 다른 유로존 국가에 별다른 여파를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 반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유로존 존속 자체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범위가 은행권에 국한되는 점도 한동안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은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정부의 추가긴축이나 경제구조 개혁 등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두 차례에 걸쳐 2,400억유로 이상을 받은 그리스와 달리 스페인은 은행 부실자산 해소를 위해 최소 400억유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추가 비상자금을 포함해 1,000억유로를 넉넉하게 지원받은 덕분에 위기를 진정시킬 실탄은 충분하다.
스페인의 국가부채도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68.5% 수준으로 그리스(165%) 포르투갈(108%)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페인이 그리스 총선 전 구제금융을 통해 금융부실 해결을 시도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며 "유로존은 이제 그리스 총선 결과에 대비해 금융위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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