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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도 구제금융/ 재정위기, 금융·실물까지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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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도 구제금융/ 재정위기, 금융·실물까지 번져간다

입력
2012.06.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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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재정위기를 넘어 재정, 금융, 실물의 복합위기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위기를 증폭시키는 탓에 근본적인 해법 모색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유로존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진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선 그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김석동 금융위원장), "현재 세계경제 위기는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라는 등 섬뜩한 경고마저 쏟아진다.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건 재정위기가 금융, 실물위기로 번지면서 위기를 확대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위기 징후는 지표로 확인된다. 유로존 제조업 경기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 45.9에서 5월 45.1로 낮아졌고, 미국의 PMI 또한 54.8에서 53.5로 추락했다. 금리 인하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든 중국은 2분기 성장률이 7% 초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시스템도 위협받고 있다. 무디스가 미국 5대 대형 투자은행을 비롯해 전 세계 17개 대형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복합위기의 경우 한 두 가지 처방으론 해소가 어렵다는 점이다. '재정위기 → 재정 긴축 →실물경기 침체 →은행부실 확대 →재정부담 증가'의 악순환 고리는 점점 끊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미국은 국채에 대한 높은 신뢰를 토대로 2008년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유럽 국가들은 재정 상태가 극도로 악화한 상황이라 금융위기, 실물위기로 번지는 경우 대처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재정위기가 금융위기와 실물위기를 가져오고 있어 벗어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은행에 떠넘기면서 금융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은행들에 떠안기면서 리스크가 은행 부문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카르멘 라인하트 연구원은 "은행들이 국채의 고정 수요처가 되면 그리스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스페인 은행들은 스페인 국채, 이탈리아 은행들은 이탈리아 국채, 영국 은행들은 영국 국채를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7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20억유로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상당 부분을 스페인 은행들이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스페인 국채의 67%를 스페인 은행들이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선 실장은 "재정위기, 금융위기, 실물위기 등이 뒤엉킨다면 이번 위기의 골이 훨씬 더 깊고 넓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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