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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미술관 '카셀 도쿠멘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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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미술관 '카셀 도쿠멘타' 개막

입력
2012.06.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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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중부 도시 카셀은 5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제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쏠리는 곳이다. 1955년 개막 이래 '미래의 현대미술'을 제시하는 실험적 예술의 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카셀 도쿠멘타' (예술감독ㆍ카롤린 크리스토프 바카르지예브)가 지난 9일 개막했다. 회화, 사진, 조각은 물론 퍼포먼스, 설치, 아카이브, 필름 등 장르의 경계도 없다. 올해는 55개국에서 15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 작가로는 전준호(43) 문경원(43) 양혜규(41)씨 등 세 명이 초청을 받았다. 1977년 백남준(1932~2006), 1992년 육근병씨에 이어 20년 만이다.

영화배우 임수정, 이정재씨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상 '세상의 저편'은 전준호, 문경원씨의 공동 작업이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 안에 영상, 설치, 단행본 출판 등 세 작업을 진행했다. '세상의 저편'은 급속한 환경 변화로 생존을 위협받는 인류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15분짜리 단편 영화. 다른 시공간에 있는 두 예술가의 생의 마지막 예술작업을 보여준다. 설치작업인 '공동의 진술'은 지구 종말 이후 생존자를 위한 주택, 물, 옷 등 의식주 제안이다. 이를 위해 두 작가는 네덜란드의 건축그룹 MVRDV, 한국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와 뇌과학자 정재승 등 각국의 학자, 예술가와 협업했다.

서울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양혜규씨는 두 개의 작업을 선보였다. 대규모 설치작업 '진입: 탈-과거시제의 공학적(工學的) 안무'와 스테이징 작업인 '죽음에 이르는 병-잔느 발리바 모노드라마'가 그것. 양씨가 즐겨 사용하는 설치 재료인 블라인드는 이번 전시에도 등장했다. 검정의 블라인드 수십 개가 늘어선 형태로, 폭이 2미터, 길이가 45미터에 달한다. 블라인드는 모터로 작동되며, 산업화의 상징인 기차나 전체주의 문화를 연상시키는 군대 행진처럼 위협적인 소리와 움직임을 보여준다. 작품 설치를 위해 양씨는 카셀의 중앙역 화물역사를 선택했다.

양씨는 "과거 산업과 교통의 요지였던 카셀 산업사의 상징성을 이 장소에서 발견했다"면서 "전 세계 여러 사회의 과거, 현재 혹은 미래를 관통하는 산업화라는 '공통된 기억'에 대해 고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약 100여 일간 열려 '100일간의 미술관'이라고도 불리는 '카셀 도쿠멘타'는 9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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