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제이슨 므라즈가 무대에 등장하자 북한강 위에 자리한 반달 모양의 남이섬이 순간 들썩거렸다. 콩나물시루 속처럼 빽빽이 모인 2만여 관객과 시선을 교환한 그는 설익은 한국어로 "한국, 오고 싶었어요"라고 고백했다. 도시의 찜통 더위를 피해 숲 속 축제로 모여든 국내 팬들에게 제이슨 므라즈는 2시간 동안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낭만의 음률을 선사했다.
2006년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팬들과 첫 인사를 나눈 제이슨 므라즈가 다섯 번째 한국 공연을 열었다. 현재 활동하는 해외 팝 스타 중 국내에서 가장 폭넓은 인기를 얻는 가수 중 한 명인 그는 9, 10일 남이섬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2'의 주빈이었다. 8일 부산에서 열린 콘서트의 6,000여석을 매진시킨 제이슨 므라즈는 다음날 남이섬에 모인 2만여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세 명의 관악기 연주자들과 바이올리니스트 등 빅밴드를 이끌고 무대에 선 제이슨 므라즈는 의상부터 시선을 집중시켰다. '평화'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힌 반소매 티셔츠는 국내 음반사 직원이 선물한 것으로 관객들의 미소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편안한 차림에 기타를 둘러멘 그는 새 앨범 수록곡 'Everything is Sound'를 시작으로 자신의 최고 히트곡 'I'm Yours'까지 18곡을 연주했다.
당초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이상 계속됐지만 관객들은 밤 10시가 늦은 시각에도 대부분 자리를 지키며 그의 달콤한 노래에 흠뻑 젖었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그는 공연 도중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기본적인 표현 외에도 "좋은 밤입니다" "즐거워요?" "한국 최고예요" 등을 한국어로 말하며 국내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환경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그는 새 앨범을 발표하며 "심장박동을 닮은 음악을 담았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제이슨 므라즈는 악기 본연의 소리를 내는 데 집중했다. 이전 내한공연에 비해 리듬은 차분해졌고, 어쿠스틱 기타와 우쿨렐레, 더블베이스의 어쿠스틱 사운드는 도드라졌다. 제이슨 므라즈는 이날 공연을 마치며 "썩 대단한 음악은 아니라도 이렇게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으니 여러분은 자신의 인생에서 훌륭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슨 므라즈가 전한 감동과 낭만의 잔향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남이섬의 공기를 타고 흘렀지만, 미숙한 행사 진행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장경미(31)씨는 "무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소리가 뒤엉켜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됐고, 공연 종료 후 관객을 실어 나르는 배가 부족해 혼잡한 인파 속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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