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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더 싸게" 유명기업도 불황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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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더 싸게" 유명기업도 불황 전략

입력
2012.06.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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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백화점과 글로벌 명품 브랜드숍이 밀집한 긴자(銀座)는 일본 도쿄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다. 2005년 이곳에 유니클로 점포를 내며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의류)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이 지난 3월 유니클로 매장을 긴자의 다른 위치에 확장 이전하면서 애초 자리에는 'g.u' 3호점을 열었다.

g.u는 390엔짜리 티셔츠나 990엔짜리 원피스 등을 판매하는 초저가 브랜드. 비싸도 2,000엔을 넘지 않는다. 명품거리에 '유니클로보다 더 싼' 초저가 브랜드 매장을 대규모로 연 것이다.

생활용품 업체인 락앤락은 이달 초 공식 인터넷 쇼핑몰(www.locknlockmall.com)을 통해 'P&Q'라는 브랜드를 시험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직 오프라인 매장에는 없는 이 브랜드는 개당 단가가 1,000~5,000원 사이로 매우 저렴하다. 락앤락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자체상표(PB) 브랜드나 1,000원숍에서 파는 생활용품처럼 값은 매우 저렴하지만 디자인이나 품질은 신뢰할 수 있어 좋은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유명 기업들이 저가 브랜드를 잇따라 신설하고 있다. 프리미엄 고가전략을 고수했던 기업들조차 새로운 저가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싸도 그냥 싼 것이 아니라,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극초저가 브랜드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SPA바람을 주도했던 저가브랜드인데 유니클로보다도 싼 브랜드가 나온다는 건 기업들의 가격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싼 게 비지떡'식의 그냥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 유명기업의 초저가제품이라 기본 품질은 뒷받침된 상품들이다.

중년 여성복 브랜드인 '크로커다일 레이디'로 유명한 패션기업 형지는 지난해 저가 브랜드 'CMT'를 신설, 해외 SPA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 고가 브랜드 위주였던 제일모직도 올해 '에잇세컨즈'라는 저가 브랜드를 내놓으며 SPA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이나 인도 등 구매력이 낮은 신흥시장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해 초저가 브랜드를 신설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일본 닛산자동차가 50만엔짜리 자동차를 '닷선(Datsun)' 브랜드로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 닛산의 발표 후 폭스바겐도 5,000달러 미만의 초저가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인도의 타타 자동차가 겨우 10만루피, 당시 우리 돈으로 약 240만원에 불과한 초저가 자동차 '나노'가 대성공을 거둔 후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신흥시장용 초저가 차를 내놓게 된 것이다. 현대차도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최저 27만루피(약 600만원)인 '이온(EON)'을 내놓은 후 월 1만대 가량을 판매하고 있다.

산업계는 글로벌 불황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초저가 브랜드 신설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 불황의 대표적 사례가 일본인데 유니클로 등 저가 브랜드가 급성장하는 동안 거꾸로 고급화를 추구했던 백화점들은 몰락해버렸다"며 "롯데쇼핑이 유니클로의 국내 진출 시 합작하고 영플라자에 SPA 브랜드를 입점시킨 것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불황이라도 반드시 사야 하는 생필품 분야는 가격에 민감해 PB제품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PB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제조업체들이 초저가 브랜드를 별도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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