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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동욱 개인전 '러브 미 스위트'/ 욕망과 성취에 도취된 어리석은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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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동욱 개인전 '러브 미 스위트'/ 욕망과 성취에 도취된 어리석은 인간이여…

입력
2012.06.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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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에 대한 자아도취적 수식은 철저히 짓밟혔다. 영광의 순간을 보여주는 트로피는 연약한 새들의 배설물로 더럽혀졌고, 다디단 꿀에 취한 인간에게 꿀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은 악마의 형상이다. 또 번쩍이는 트로피를 받치던 벌집이 열기에 녹자, 트로피는 곧 바닥을 나뒹군다. 아무리 애써도 결국 생은 유한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위태로운 줄에 지탱한 비닐 위 모래더미엔 초라하고 작은 해골 하나가 놓였다.

조각가 이동욱(36)씨가 '러브 미 스위트'(Love me sweet)에 펼쳐놓은 현대인의 초상이다. 그는 작지만 섬세한 인간의 형상과 충격적 상황 연출로 인간에 대한 '낯설게 보기'를 시도해온 작가다. 생선통조림 속에 누운 벌거벗은 인간, 낚싯바늘에 걸린 남녀 조각, 피부로 포를 뜬 조각 등을 통해 동물과 인간의 역할을 도치하는 식이다. 6년 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오만한 인간에 대한 묘사는 한발 더 나아간다. 욕망과 성취에 중독된 어리석은 인간으로.

신작 설치조각 '굿보이'에는 저마다 기다란 막대 위에 선 한 남자와 30여 마리의 강아지가 보인다. 이들 강아지의 소유자는 강아지 목줄을 양팔로 감은 한 남자. 그러나 그의 목에도 올가미가 감겼다. 여러 가닥의 줄이 복잡한 먹이사슬을 떠올리지만 포식자와 피식자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작은 움직임조차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듯한 긴장된 순간. 사람이 말 잘 듣는 강아지를 칭찬할 때 쓰는 '굿보이'란 말은 이 작품에선 어쩐지 다른 뉘앙스로 읽힌다.

그는 점토 재질의 '스컬피'라는 플라스틱으로 정교한 인체를 조각하고 구워낸 후 채색한다. 조각 크기가 고작 어른 손가락 정도임에도 연출된 상황이 섬뜩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번 전시는 인체뿐 아니라 비행기에서 완충재로 쓰이는 벌집 모양의 종이, 꿀처럼 흘러내리는 아크릴 등의 재료 사용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다. (02)723-6190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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