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은 푹푹 찌지, 입맛은 없지, 밥 해먹기는 더더욱 싫지, 하여 일요일 점심 사람들이 몰려든 이름난 냉면집은 늘어선 줄만 하여도 끝 간데없다지. 이제나저제나 국물 한 모금 마실까 긴 행렬 뒤에 매미처럼 붙어 배곯은 한숨을 내쉬던 나.
미식가도 아니면서 소문난 냉면집이라면 발품에 돈까지 얹어가며 여기저기 먹으러 다닌 끝에 내린 결론이 하나 있으니, 역시나 냉면은 혼자 먹는 음식이라는 거다. 왜? 저마다 다른 입맛으로 저마다 다른 품평으로 내 첫 젓가락질을 기다리며 정갈히 면 말린 냉면 사발에 초를 칠 수 있는 까닭이다.
면이 너무 깔깔한데? 국물이 좀 밍밍하지 않아? 내가 다니는 무슨 면옥은 고아내는 양지머리를 이 지역 이 소만 써, 내가 다니는 무슨 관은 삶아내는 면을 이런 방식으로 반복해서 쫄깃함을 유지해, 등의 온갖 아는 척이 이어질 때마다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온 내 오지랖만 탓할 뿐이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것이야말로 냉면의 운명이고 그 맛의 차이를 인정하면 그만일 텐데 제 미각이 옳고 나는 틀렸다며 우겨대는 사람들. 어쨌거나 진짜 맛있는 냉면집이 궁금하다면 검색할 일은 아니렷다. 느지막한 점심 무렵 어디 '을밀대' 같은 데 가서 혼자서 냉면 한 그릇 아주 천천히 씹어 삼키는 이에게 물을 일이렷다. 고수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고수, 어디 진짜이랴.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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