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취향의 자유, 냉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취향의 자유, 냉면

입력
2012.06.10 11:40
0 0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은 푹푹 찌지, 입맛은 없지, 밥 해먹기는 더더욱 싫지, 하여 일요일 점심 사람들이 몰려든 이름난 냉면집은 늘어선 줄만 하여도 끝 간데없다지. 이제나저제나 국물 한 모금 마실까 긴 행렬 뒤에 매미처럼 붙어 배곯은 한숨을 내쉬던 나.

미식가도 아니면서 소문난 냉면집이라면 발품에 돈까지 얹어가며 여기저기 먹으러 다닌 끝에 내린 결론이 하나 있으니, 역시나 냉면은 혼자 먹는 음식이라는 거다. 왜? 저마다 다른 입맛으로 저마다 다른 품평으로 내 첫 젓가락질을 기다리며 정갈히 면 말린 냉면 사발에 초를 칠 수 있는 까닭이다.

면이 너무 깔깔한데? 국물이 좀 밍밍하지 않아? 내가 다니는 무슨 면옥은 고아내는 양지머리를 이 지역 이 소만 써, 내가 다니는 무슨 관은 삶아내는 면을 이런 방식으로 반복해서 쫄깃함을 유지해, 등의 온갖 아는 척이 이어질 때마다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온 내 오지랖만 탓할 뿐이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것이야말로 냉면의 운명이고 그 맛의 차이를 인정하면 그만일 텐데 제 미각이 옳고 나는 틀렸다며 우겨대는 사람들. 어쨌거나 진짜 맛있는 냉면집이 궁금하다면 검색할 일은 아니렷다. 느지막한 점심 무렵 어디 '을밀대' 같은 데 가서 혼자서 냉면 한 그릇 아주 천천히 씹어 삼키는 이에게 물을 일이렷다. 고수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고수, 어디 진짜이랴.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