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꿈의 직장’,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린다. 금융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직원 평균연봉(1억926만원)이 1억원을 넘고 근속년수도 가장 길기 때문이다. 고액연봉의 비결은 증권거래 시장을 독점하다 보니, 임금을 줄여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공공 부문에서 과도한 혜택을 누리는 한국거래소가 장애인 채용에는 유독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총 임직원 716명 중 정규직 장애인은 고작 2명에 불과하다. 1989년과 2010년에 각각 1명씩 고용한 게 전부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전무하다.
비정규직 장애인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근무 중인 비정규직 장애인 8명은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8월과 11월에 모두 거래소를 떠날 예정이다.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가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해당되지 않아 무기직 또는 정규직 전환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규직이 해도 되는 일의 일부를 배려 차원에서 떼어 내 만들어낸 업무이기 때문에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측은 단순 사무보조 업무라도 과거 2년 이상 계속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일인 만큼 상시ㆍ지속적 업무로 판단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고용 전문가들 또한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상시ㆍ지속적인 업무를 적극 발굴하고 제공하는데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장애인들을 내쫓는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거래소는 앞으로 청년인턴제도를 활용해 장애인들을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청년인턴은 기본적으로 계약기간이 11개월(2년 내 연장 가능)이고 무기직 또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계약직 장애인만 고용해 의무고용비율을 맞추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한국거래소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은 3.53%(2011년 기준)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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