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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제3 길로 틀고… 김정주 게임업계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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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제3 길로 틀고… 김정주 게임업계 평정?

입력
2012.06.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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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45) 엔씨소프트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스타. 아래아 한글과 한메타자 개발에 참여했고 1997년 지금의 엔씨소프트를 만들었다. 이후 리니지 등 온라인게임을 개발, 조(兆)단위 갑부반열에 올랐다.

김정주(44) 넥슨 대표 역시 우리나라 게임벤처의 최대 스타. 1994년 넥슨을 설립해 1996년 세계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출시했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게임시장을 장악하던 시절 '카트라이더'를 통해 PC방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하며 국내 게임의 자존심을 지켰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각별한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주 대표는 김택진 대표에 대해 "내가 본 가장 머리 좋은 사람"이라고 평했고, 김택진 대표 역시 김정주 대표를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8일 국내 게임업계를 두 사람이 발칵 뒤집어 놓았다. 김택진 대표가 자신의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넥슨에 매각한 것. 이로써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 자리를 넥슨에 넘겨주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김택진을 빼고 엔씨소프트를 설명할 수 없다. 비록 경영권은 당분간 김택진 대표가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최대주주 자리를 넥슨에 넘겼다는 건 M&A이상의 충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지분매각을 미스터리로 보고 있다. 우선 게임사업을 포기할 것도 아닌데 김택진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를 넘겼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 더구나 매각가격이 주당 25만원인데 이는 이날 종가(26만8,000원)에도 못 미치는, 특히 최대 주주 지위양도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헐값'매각이란 지적이다.

더 큰 관심은 김택진 대표의 향후 행보다. 과연 8,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매각대금을 어디에 쓸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김택진 대표가 게임사업의 장기성장 가능성에 회의를 느낀 것 같다. 당장 게임사업을 접는 건 아니지만 완전히 다른 사업을 생각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 국내 게임업계는 위기다. 지난달 미국 블리자드에서 '디아블로3'를 내놓은 이후 PC방 순위 및 온라인게임 순위에서 국내 게임업체들이 외국업체들에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디아블로3와 같은 다중역할분담게임(MMORPG)인 '리니지''아이언'등을 주력으로 밀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타격이 컸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결국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 직원들도 지분매각 사실을 몰랐을 만큼 비밀리에 진행됐지만 김택진 대표는 김정주 대표와 오래 자신들의 진로와 미래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장 김택진 대표가 게임업계에서 은퇴하거나 손을 뗄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8,000억원 실탄을 무기로 결국은 새로운 비즈니스에 발을 내밀 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김정주 대표가 결국은 엔씨소프트를 인수, 국내 게임업계를 평정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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