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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8주년 맞아 시베리아 횡단 항일유적지 탐사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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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8주년 맞아 시베리아 횡단 항일유적지 탐사 대장정

입력
2012.06.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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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지난 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애국지사 이대산(89)옹은 1919년 3월 1일 이곳에서 민족 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낭독됐던 독립선언서 기념물을 오랜만에 찬찬히 훑어봤다.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군 총사령부에 속해 중국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누볐던 그였다. "당시 독립군 대부분이 가명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해방 후 동지들을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억마저 놓아버릴 순 없다. 그가 지난해 중국의 항일 유적지를 다녀오고 요즘 항일 운동사를 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순을 바라보는 백발의 이옹은 오는 8월 12일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선다. 한국일보가 창간 58주년과 지령 2만호를 기념해 여성가족부, 국가보훈처와 공동으로 마련한 12박 13일 일정의 '시베리아 횡단 항일 유적지 탐사 대장정'에 동참키로 한 것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며 여섯 날 밤을 열차 안에서 자야 하는 강행군이다. 하지만 아들 이은일(53) 인하대 겸임교수(중국무역), 손자 선주(17ㆍ서울 용산고 2년)군 등 3대가 함께 가는 이번 여행은 어느 때보다 벅차고 든든하다.

올 여름 이들이 굳이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건 제국주의에 저항한 한국의 역사가 이 드넓은 땅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만방에 폭로하라는 고종의 명을 받고 1907년 4월 20일 서울을 출발한 이준 열사가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닿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으며 시베리아를 지나갔다. 30년 뒤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해야 했던 고려인들 역시 이 벌판에 눈물을 뿌렸다. 이상설, 최재형 선생의 최후 거주지 등 역사가 스민 유적지들이 여로 곳곳에 뿌려져 있다.

이번 여정이 과거의 자취만을 쫓는 건 아니다. 자원의 보고인 시베리아에는 분단을 극복하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통일 한반도의 희망이 서려 있다.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해 함께 해야 하는 이들이 바로 다문화 가정이다. 엄종현(15ㆍ서울 광운중 2년), 무토 마사하루(15ㆍ서울 백운중 3년), 한승규(15ㆍ서울 염광중 3년), 김현웅(13ㆍ서울 문성중 1년)군 등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이대산옹의 탐방 길에 동행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국 여행에 설레기만 했던 이들은 독립운동가 가족을 만난 뒤 진지해진 모습이었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한군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직접 느낄 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싶다"며 "방학 동안 러시아에서 하게 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이은일 교수는 "국가관이 흔들리는 요즘 엄연히 우리 사회 구성원인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과 우리 근대사의 한 무대를 함께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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