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맞은 지 벌써 10년이 훨씬 지났다. 사람들은 보다 나은 세상을 소망하며 저마다의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목표를 가지고 21세기를 반겼다. 이러한 소망을 결집한 것이 유엔의 '새천년 개발목표'(MDGs : Millennium Development Goals)였다.
세계 192개국은 유엔에 모여 2015년을 목표로 세상의 빈곤을 반으로 줄이며, 영아와 산모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을 포함한 8개의 새천년 목표를 세웠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과 인류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국제사회 공동의 지향점이자 범세계적인 약속이었다.
MDG 달성시한인 2015년이 3년 앞으로 다가왔다. MDG는 제대로 이행되었는가? 남은 3년 동안 MDG는 과연 달성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MDG는 일반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하고 단순한 보편적 목표를 수립했다. 하루 소득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은 매우 단순 명료한 목표이다.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의 의지와 힘을 결집했다. 에이즈와 말라리아의 확산방지를 위해 총226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펀드가 조성돼 아프리카를 필두로 전 세계에서 성과를 거뒀다. 모든 나라가 공적원조(ODA)를 집행하는데 있어 MDG 달성에의 기여를 최우선시 하고 있으므로 지난 10년 넘게 개발을 위한 재원을 동원하고 이를 분배하는 데 MDG는 핵심적 지침 역할을 해왔다.
MDG의 전반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MDG가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고려치 않았다는 비판이 가장 크다. 가난을 없애고 삶의 조건을 개선하며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경제성장과 고용증진 문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원조가 줄어드는 순간 그간의 교육이나 보건분야 성과도 타격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MDG가 질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구 전체적으로 절대빈곤이 크게 감소했지만 이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아시아의 몇 나라와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성과를 평균한 결과일 뿐이다. 그 아시아 국가들의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도농간 엄청난 발전 격차가 감추어져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교실과 자격을 갖춘 선생님이 태부족한 안타까운 현실은 보편적 초등교육 목표달성만으로 개선할 수 없다.
MDG 이후에 관한 논의는 이 같은 현행 MDG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되, 경제성장과 고용, 자연재해, 무력분쟁, 기후변화, 지속개발 등 주요 요소들을 새로운 개발협력 목표체계에 담는 과정이 될 것이다. MDG가 코피아난 전임 유엔 사무총장의 이니셔티브였다면, 포스트 MDG는 반기문 현 사무총장의 큰 업적으로 남게될 것이다.
반 총장은 포스트 MDG 방향을 논의할 고위급 패널을 구성하기로 하고, 공동의장으로 라이베리아 대통령, 영국 총리,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3명을 최근 임명했다. MDG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빈곤퇴치와 경제사회발전 과정은 물론 다른 나라를 원조하는 과정에서 소중한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이를 토대로 2015년 이후 국제사회의 새로운 개발협력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G20 정상회의에 개발의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녹색성장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작년에는 부산개발원조총회를 통해 민간과 신흥국 등을 포괄하며 개발효과성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협력의 패러다임을 창출했다. 그 후속조치로 부산 글로벌 파트너십을 이달말에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미 국제사회의 개발논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의 발전 경험과 리더십이 유엔을 중심으로 전개될 포스트 MDG 과정에 기여해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박은하 외교통상부 개발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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