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법률 해석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최고 사법기관의 위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두 기관의 자존심 싸움이 재연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헌재는 GS칼텍스 등 2개 사가 "법인세 산정과 관련된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가 1993년 법 개정으로 효력을 잃었는데도 대법원이 이를 유효하다고 보고 세금 707억원을 부과하도록 판결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효력이 있다고 법률을 해석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은 2008년 "법이 개정됐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부칙이 실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GS칼텍스 등에 대해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헌재는 "실효된 조항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일종의 입법행위가 돼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법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GS칼텍스 등이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경우 양측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존심이 상한 대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지만, 재심을 받아들인다 해도 헌재 결정을 인정하고 재판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더 낮기 때문이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법의 해석과 적용을 고유권한으로 여기는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한 쪽이 백기를 들 가능성도 없어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률 해석을 둘러싼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은 1995년에도 발생했다. 당시에도 헌재는 대법원이 기각한 양도세 관련 재판의 근거 법률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그건 헌재의 견해일 뿐"이라며 기존 판결을 유지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국세청이 논란이 됐던 양도세 부과 대상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풀면서 두 기관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이후에도 최고 사법기관 지위를 두고 양측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이어져 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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