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알아준다. 여전히 자식 열심히 공부시켜 명문대를 졸업시키려는 것은 많은 부모들의 바람이다. 명문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잘못된 교육습관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성적, 점수위주로 학생을 선발해왔다. 성적 위주의 획일적인 선발 방식은 학생들의 잠재력과 소질은 무시된 채 지나친 점수 경쟁을 초래했고, 결국 점수만을 따져서 우열을 가리는 우리 교육은 시간이 흐를수록 역행해 발전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입학사정관제는 척박한 초중등 교육에 희망을 주고 있다. 시험과 성적위주의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 대학의 설립이념 및 모집단위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선발방식으로 개편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입학사정관제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은 우리 교육이 '결과' 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풍토를 다져나가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뿌리 깊은 나무를 양성하고 선발해야 좋은 재목으로 키울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 풍토가 요구된다.
실제로, 입학사정관제로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학생 스스로 꾸준히 준비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 학업계획서, 포트폴리오 등이다. 포트폴리오는 개인의 실력,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 혹은 관련 내용을 집약해 만든 작품집이란 뜻이 담겨져 있고, 학생 개인의 역사, 시간 투자, 재능 등 많은 방면을 보여줄 수 있다. 무엇보다 객관성을 담보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 과목을 예로 들더라도, 과거에는 단 한 번의 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역 점수로 영어 실력을 판단했다면, 이제는 유치원과 초등시기부터 토플 EBS테솔 같은 영어능력평가를 단계별로 꾸준히 치러봄으로써 매번 자신의 영어 실력을 트랙으로 기록해 영어실력의 향상 과정을 객관적으로 준비해 놓을 수 있다. 수 년 간 의 영어실력이 그래프화 되어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한 개인이 어떤 노력을 거쳤는지, 그 과정을 차분히 설명할 수 있다. 또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학교별로 토론-면접캠프가 열리곤 하는데, 이때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 결국 단계별로의 과정이 중시될수밖에 없는 구도인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올해부터 창의성과 잠재력 뿐만 아니라 인성부분을 적극적으로 보게된다.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에 협동심, 나눔, 배려 등의 인성 항목이 신설되며, 최근 교대와 사대의 신입생을 100%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이 강화되려면 교사선발부터 자질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렇듯 입학사정관제의 진화가 보기 좋다. 이러한 진화는 분명 초중고생들에게 교육이란 한탕주의식 결과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 비전에서 나만의 프로필을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과정임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입학사정관제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등의 나라에 비해서 우리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의 경험과 역사가 짧기 때문에 아직은 제한적인 활용에 그치고 있다. 전문대의 입학사정관제 확대 및 안정화도 요구된다. 입학사정관제도가 확산돼 정착되는 과정에서 부디 우리나라 초중고생들 모두가 학업 성적에만 스트레스를 받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자신의 영재성과 지능, 잠재력을 파악해 자존감을 갖고 인생을 설계하려는 열정과 의욕을 가진 어린 새싹들이 이 땅에 많이 꽃피우길 기대해 본다. 언론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오승연 고려대 국제어학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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