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 양대 사법기관의 물밑 갈등이 표면화할 우려를 낳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31일 구 조세감면규제법(1993년 12월31일, 법률 제4285호) 부칙 제23조에 대해 GS칼텍스와 AK리테일이 낸 헌법소원 심판 결정에서 전부개정 법률(1993년 12월31일, 법률 제4666호) 시행에도 불구하고 부칙 제23조가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앞서 GS칼텍스 등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문제의 부칙 23조가 개정 과정에서 빠졌더라도 실효되지 않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은 결정이다. '위헌 심사형' 헌법소원 사건 형식을 취하면서도 결정문이 언명했듯, 법률 자체의 위헌 여부가 아니라 법률 규정의 실효 여부에 대한 해석을 심사 대상으로 삼은 '재판 소원'이다.
헌법재판소법 68조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헌법소원 심판의 청구 요건으로 규정하면서도 '법원의 재판'은 제외했다. 법원의 재판까지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현재의 3심제가 사실상 헌재를 최고심으로 하는 '4심제'로 바뀌는 근본적 사법체계의 개편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법원 판결의 적법성 여부를 곧바로 심사하는 대신 위헌법률 심사에서의 변형 결정 등으로 나름대로 '법률 해석'에 손을 대왔다.
이런 양 기관의 어정쩡한 자세는 일부 주장처럼 헌법재판소법 개정만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아 대법원 위에 헌재를 두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또한 대법관과 달리 헌재 재판관에 대해서는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두지 않은 헌법 취지도 감안해야 한다.
한편으로 GS칼텍스 등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과 헌재의 이견은 법률 해석으로 '입법 누락'을 어디까지 보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시각 차이다. 헌재는 대법원의 판결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지만, 입법 취지와 '시행일 이전까지 구법 적용'을 명시한 개정법률 조항에 비춘 대법원의 보충행위가 그리 과도했는지는 의문이 따른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두 기관이 대결 태세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법률과 헌법의 해석이 완전히 따로일 수 없다는 점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더라도 현재의 '세력 균형'을 존중하고, 더욱 법적 안정성에 신경을 써주기 권한다. 집단 자존심보다는 우월한 이런 가치를 위해 두 기관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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