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신문에 실린 기막힌 기사 하나. 지금 서울시의회 건물로 쓰이는 태평로 국회의사당의 '비위생적이고 뒷골목 같은' 환경 때문에 '여기서 4년을 지내면 폐병 선물'받기 좋다고 개탄하는 기사다. 눈길을 끄는 건 '김상돈 의원이 가래침과 담배연기 때문에 사람이 죽을 지경이니 당장 타구(唾具)를 마련하라고 호령'을 해 침을 뱉는 사기 그릇이 의사당에까지 등장했다는 대목. 아무데나 침을 뱉어대는 행위가 의사당 안에서도 일상이었다는 얘기다.
■ 내친 김에 지저분한 얘기를 더 하자면, 중국인들의 일상적 침 뱉기는 더욱 유난해 심지어 외교석상도 거리지 않을 정도였다. 78년 중ㆍ일평화조약 체결 때 중국 지도부는 협상의 고비 때마다 침을 뱉어댔다. 특히 덩사오핑의 '실력'은 일품이어서 한치 오차 없이 매번 정확하게 멀리 떨어진 타구에다 침을 명중시켰다는 것이다. 이 일이 당시 소노다 일본외상의 전언으로 알려지면서 앞서 미ㆍ중 간의 '핑퐁외교'에 빗대 '타구외교'란 이름까지 생겨났다.
■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라도 침은 함부로 뱉을 게 아니다. 침에 액을 막는 마력이 있다는 고대 여러 문화권에서의 믿음은 과학적으로도 일찌감치 입증된 바다. 소화와 노화방지, 나아가 외부 감염으로부터의 면역보호에 이르기까지 침의 다양한 기능은 충분히 밝혀져 있다. 한의학에서도 침은 천연의 보약이다. '침 뱉기를 좋아하니 진액이 마르고 몸이 야위었다. 침을 뱉지 않고 계속 삼키면 정기가 몸 안에 보존돼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 의 내용이다.
■ 많은 분야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 유독 후진상태로 남은 채 도통 나아지지 않는 게 거리에서 함부로 침을 뱉어대는 모습이다. 침 뱉기는 원래 주변에 대한 모욕과 적의의 의미다. 그래서 철없는 청소년들도 이 더러운 버릇을 객기 부리듯 흉내 내려 드는 것일 테지만. 이달부터 이뤄지는 강력한 거리흡연 단속을 보면서 아쉬운 건 정작 더 혐오스러운 침 뱉기 단속이다. 경범죄처벌법에 똑같은 죄질로 명시돼있는 엄연한 범죄행위이기도 하므로.
이준희 논설위원실장 jun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