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아들/ 최상희 지음/비룡소 발행ㆍ중1부터ㆍ1만1,000원
깔끔하고 새침한 성격의 엄마는 기왕의 초등학교 졸업식 때 아빠와 크게 싸운다. 그리고 '졸업 축하, 성장 대견, 엄마 가출'(15쪽)이란 논리 불명의 삼단논법을 근거로 아프리카로 전근한다. 추리소설에 빠져 살던 아빠는 카페 겸 탐정 사무소를 차리고, '명탐정 고명달'이란 명함까지 만든다. 사무소 이름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제목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달달한 이름과 달리, 음료라곤 믹스커피, 오렌지주스, 우유가 전부인 카페는 파리만 날리고, 기왕은 철없는 아빠를 따라 집 나간 애완 고양이를 찾으며 겨우 가게 월세를 충당한다.
어느 날 사무소에 대학생 오윤희가 찾아와 행운의 열쇠 '온리럭키'를 찾아달라고 의뢰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윤희의 동생 유리는 신비중학교 2학년으로 백화점 경품으로 1,000만원 상당의 행운의 열쇠를 받는다. 하지만 "틈만 나면 들여다봤던" 열쇠를 "자기한테는 필요 없어서 누구 줬다"고 말한다. 그게 누구냐고 묻는 언니에게 "자기 건데 무슨 상관이냐"고 화를 내고, 윤희는 유리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고 확신한다. 사건을 의뢰받은 며칠 후, 유리는 학교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기왕은 뭔지 모를 이유에 이끌려 사건을 추적한다.
'인도에 카스트제도가 있다고 한다. (…) 우리 반에도 계급이 있다. 이로빈과 이로빈 따까리, 이로빈 따까리의 따까리, 그리고 빵셔틀, 네 계급으로 나뉜다. 이로빈은 제가 로빈 후드 같은 의적이라도 되는 줄 알고 깝죽대지만 놈은 의적이 아니라 그냥 도둑놈 새끼다.'(89쪽)
기왕의 반에서 빵셔틀(동급생 심부름을 대신하는 왕따)을 당하는 성윤은 돈을 구하기 위해 더 어린 아이들에게 돈을 뺏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복수를 꿈꾼다. 기왕은 오유리 사건을 파헤치며 이렇게 자신이 방관했던 문제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진실을 좇는 탐정이 되어 간다. 작가는 추리소설 기법을 통해 작금의 학교 폭력 문제,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낳는 악순환을 보여준다.
<그냥, 컬링> 으로 제5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최상희 작가의 신작 청소년소설이다. 그냥,>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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