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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있으나 마나 한 동물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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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있으나 마나 한 동물보호법

입력
2012.06.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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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 순창 사육농장에서 33마리의 소가 집단아사 한 사건이 발생했다. 떨어지는 소값과 치솟는 사료값을 견디지 못한 농장주가 정부의 축산 정책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굶어 죽은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 규정상의 '학대행위'로 유권해석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와 순창군에 고발 및 격리사육 조치를 요구했다. 농장주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함께 동물학대의 범위 및 격리절차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영국은 1822년 세계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가축을 포함한 동물을 '지각있는 존재'로 간주한다. 2006년 제정된 동물복지법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으로부터도 동물을 보호한다. '불필요한 고통'을 합리적으로 방지해야할 의무를 소유자 등에게 부여한다. 위반시 51주 이하의 징역 이나 2만파운드(약 3,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미국 뉴욕주는 야생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게 사료와 물을 제공하는 것을 거절 또는 방치하는 경우 학대행위로 간주한다. 폐쇄된 장소에서 12시간 이상 굶은 경우 누구든지 사료와 물을 주러 합법적으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료값과 물값은 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소유자 등이 '불필요한 고통'을 주거나 사료와 물을 주지 않는 경우 학대행위로 간주하고 징역 3년 이하나 2만달러(약 2,3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일리노이주는 초범의 경우 경범죄로 취급되지만 재범부터는 중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만5,00달러(약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학대행위가 지속되는 동안 매일 추가된다. 법원은 청소년과 동물의 수를 늘리는 데만 집착하는 '애니멀 호더' 학대행위자에게 정신질환 평가 및 치료의 강제명령을 내린다.

영국의 조사관 또는 경찰은 '보호동물'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여길 경우,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수의사의 증명서가 있거나 긴급 상황에서는 격리할 수 있다. 뉴욕주 법원은 동물학대 행위가 진행 중이거나 발생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즉시 경찰 또는 동물학대 방지협회 담당자에게 수색·체포 영장을 발부한다.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료와 물을 공급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위반 시 압수영장도 발부할 수 있다. 가축에 대한 매각명령 시 벌금 및 기타비용을 제외한 소득금을 소유자에게 지급한다. 캘리포니아주 치안판사는 위반행위가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는 경우 경찰과 동물보호협회 담당자 등에게 수색·압수 영장을 즉시 발부한다. 합리적으로 확신할 근거가 있다면 별도의 영장신청 없이도 압수할 수 있다.

동물의 소유자에게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48시간 이내에 청문회 참석기회를 통보한다. 만약 청문회를 요청 또는 참석하지 않는다면 피학대동물에 대한 모든 법적권리가 박탈된다. 압수된 동물은 소유자가 필요한 보살핌을 줄 수 있는 경우에만 돌려준다. 유죄판결 후엔 몰수된다.

신속한 격리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동물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동물보호의 기본원칙'과 '적정한 사육·관리'를 강제조항으로 바꿔야 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 동물실험, 부정행위만을 금지한다. 소유자의 의무조항으로 개정하고 별도의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둘째, '동물의 구조·보호'의 주체를 시·도지사에서 경찰 및 동물보호협회로 변경해야 한다. 유권해석 등의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서 보다 신속하게 구조·보호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다. 셋째, 면책조항을 신설해서 법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구조에 나선 경찰 또는 동물보호협회 담당자가 무단침입자 또는 절도범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넷째, 보호조치 기간제한(3일 이상)을 없애고 피학대동물의 건강상태 회복여부 및 학대지속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법률개정과 더불어 동물보호의 범위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형성이 필요할 때이다.

안준성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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