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차기전투기(FX) 도입사업의 유력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를 실제 전투기가 아닌 시뮬레이터(모의시험장비)로 대체키로 합의한 모양이다(본보 8일자 9면 보도). 현재 경쟁 중인 기종은 록히트마틴사의 F-35, 보잉사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유로파이터타이푼 등인데, 이 중 F-35의 경우 비행테스트를 생략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사청은 "미국 정부가 현재 개발 시험중인 F-35에 대해 외국인 조종사의 비행을 승인하지 않아 시뮬레이터 평가가 최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비행 테스트 단계에 있는 F-35의 완성도를 감안한 미국 정부가 한국 조종사 태우기를 꺼려 임시방편으로 시뮬레이션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현재까지 생산된 F-35 50여대 중 시험비행을 마친 것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것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0년에 개발이 완료됐어야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2016년까지 연기됐다.
문제는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시험평가는 실제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점검할 수 없고, 전투기 자체의 결함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군 내부에서"유지, 보수 비용까지 10조원대에 이르는 전투기의 기종을 남의 말만 믿고 결정하는 것은 남의 손에 우리 조종사들의 목숨을 맡기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한국전투기의 상당수는 30년 이상 된 노후기종으로 향후 6~7년 내 대거 퇴역이 불가피해 차기전투기 도입이 시급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현 정권과 록히트마틴사와의 사전 내정설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과거 노태우 정권 때 F-16 도입 과정에서 특혜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험도 있었다. 구매자 입장에서 보다 당당히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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