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그룹 컨트톨타워의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삼성은 7일 미래전략실장에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임명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사업과 인사, 감사, 재무 등을 총괄하는 기구. 그간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등으로 이름이 바뀌어 왔으며, 2008년 특검 이후 해체됐다가 2010년 부활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을 통해 현 경제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 보다 추진력 있는 인사로 그룹 컨트롤타워 교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날은 19년 전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경영진을 소집(1993년6월7일), "자식과 마누라 빼곤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삼성 내에선 '제2의 신경영'수준의 혁신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동안 미래전략실을 이끌었던 김순택 부회장은 전형적인 '관리형'이다. 그는 2010년 11월 미래전략실 부활과 함께 실장직을 맡아 삼성그룹 특검 이전, 즉 '과거와의 결별'작업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금 같은 위기에선 관리형 실장 대신 추진력 강한 돌파형 실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대공황에 비견되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시장 흐름을 잘 읽어서 빨리 의사결정을 내리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최지성 신임 미래전략실장은 전임 김순택 실장과는 확실히 대비된다. 그는 반도체와 TV, 휴대폰 등 사업부문을 직접 맡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간판CEO 출신이다. 2006년 TV 사업을 맡았을 때는 보르도 LCD TV를 전략제품으로 내세워 소니를 제쳤고, 삼성전자를 총괄한 뒤로는 스마트폰에서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딛고 애플과 싸움을 대등하게 이끄는데 성공했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시장맨'인 동시에, 추진력을 갖춘 '파이터'기질도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그는 전세계를 누비며 직접 발로 뛴 현장경영 덕분에'보부상', 혹은 저돌적인 이미지의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지성 부회장은 원래 삼성전자 내에서 황창규, 이기택 같은 선배 스타CEO들에 비해 뒤에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을 제치고 삼성전자 대표가 되었는데 이는 그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실장에게 부여된 과제가 단지 경제위기 극복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있는데, 예컨대 이맹희씨와의 유산분쟁이나 향후 경영권승계의 연착륙 등이 그런 숙제들이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이번 미래전략실장 인사는 이맹희씨 소송 문제나 각종 현안에서 전임자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일종의 문책 성격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재용 사장이 삼성전자에 들어간 이후 가장 가까운 위치에 오랫동안 있었다. 이건희 회장의 복심(腹心)인 동시에 이재용 사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때문에 이번 인사는 '이재용 체제'로 한발 더 다가가는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최지성 실장이 자리를 옮긴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체제로 운용된다. 권 부회장이 총괄책임을 맡지만 실제 운용에선 부품 쪽에 좀 더 주력하고, 완제품 쪽은 신종균(휴대폰)ㆍ윤부근(TV 등 소비자가전)사장 등 부문별 사업부장들에게 좀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미래전략실장 겸 신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온 김순택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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