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도수 30도 이상의 증류주와 에너지음료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 '밤'(Bombㆍ폭탄)이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폭(양주, 맥주를 섞은 폭탄주)'이나 '소폭(소주, 맥주를 섞은 폭탄주)'처럼 알코올로만 된 폭탄주와 달리, 이 폭탄주는 알코올과 카페인을 섞어 마시는 형태여서 몸에 더 해롭다고 우려하고 있다.
'밤'은 네덜란드 술 '아그와'와 독일 술 '예거마이스터'를 에너지음료 '레드불' '핫식스' 등과 섞어 먹는 '아그와' '예거밤'이 대표적이다. 일부 마니아들이 밤새 지치지 않고 놀기 위해 서울 홍대나 강남의 클럽에서나 마시던 술인데, 최근 일반 바에서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6일 서울 신사동 한 바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32)씨는 "이 술은 먹을수록 힘이 나 밤새 취하지 않고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불금화토'(불타는 금요일 화끈한 토요일의 준말)에는 아그와밤이 제격"이라며 들고 있던 술잔을 비웠다.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바를 운영하는 이현승(31)씨는 "가게 근처에 클럽이 전혀 없는데도 아그와를 찾는 사람이 많다"며 "지난달 전체 양주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아그와 매출일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아그와는 볼리비아에서 생산된 코카 잎을 원료로 만든 술로 알려지면서 호기심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대학원생 채모(27)씨는 "환각 성분을 제거했다고는 하지만 코카 잎으로 만들었다고 해 마시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며 "에너지음료 때문인지 몰라도 마실수록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이모(34)씨는 "호기심에 마셔봤는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며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에너지음료 한 캔에 최대 80㎎까지 들어있는 카페인이 알코올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탈수효과 등으로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알코올 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의 전용준 원장(내과 전문의)은 "술 자체도 문제지만, 카페인은 특히 심장을 빨리 뛰게 해 혈압을 올리는 작용을 하는 만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혈관과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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