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산적한 민생 문제를 외면한 채 이념 공방에 몰두하는 데는 야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색깔론 공세는 새누리당이 시작했지만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종북(從北) 의혹 언행 등으로 불씨를 제공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 같은 문제점을 덮기 위해 '역(逆)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은 대표 경선 와중에 이념 공방을 선명성 경쟁에 이용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김한길 후보는 최근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의 색깔 공세가 시작되자 한목소리로 '신공안 정국 타파'를 외치고 있다. 이 후보는 연일 "악질적인 매카시즘 공세"라며 역색깔론을 주장하고, 김 후보도 "신공안 정국의 정략적 프레임 을거부하고 민생 정치로 돌아가자"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북한 인권 개입은 내정 간섭" "북한인권법은 대북삐라 살포 지원법"등의 주장을 하면서 물의를 일으키자 당 안팎에서 "과도한 대응"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극적 표현으로 이념 공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선 판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의도적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김 후보는 7일 기자회견에서 "정략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신공안 정국'에 휘말리지 않도록 언행도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우회적으로 이 후보를 겨냥했다.
이날 최재성 의원의 탈북자 관련 발언도 불필요한 이념 공방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임수경 의원의 막말 파문과 관련해 "일부 귀족 탈북자가 쓰레기 정보를 양산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임 의원의 '취중 막말'을 공개한 탈북자 백요셉씨를 향해 "녹취록을 공개하라"며 "조작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념 공방이 과열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환 의원은 "현재의 종북 논란은 민주당에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현재의 위기는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금 삼성동(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자택)이 웃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이념 공방의 고리를 끊고 정책 대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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