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거취''종북(從北) 청산'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한인권법'
최근 정치권을 이념 공방의 벼랑으로 밀어붙이는 삼각 파도다. 북한 문제와 관련돼 이념적 민감성이 강한 논란거리들이 한꺼번에 정치권을 덮치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모적 정치 공방이 가열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진보와 종북, 보수와 수구가 뒤엉킨 냉전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새로운 대북 인식과 접근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선 실타래처럼 뒤엉킨 세 가지 이슈를 구분해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태로 촉발된 종북 논란이 정치권에 던진 이슈는 국회에 입성한 종북 성향 의원들을 강제로 퇴출시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이 당의 사퇴 요구와 제명 추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할 방침이어서 이들의 의원직 유지 여부는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들의 국회 입성을 방관할 수 없다며 의원직 제명 방침을 거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적인 국가관이 의심 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제명 방안에 공감을 표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국가의 주요 기밀을 다루는 국회의원의 국가관을 검증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근거로 제명을 추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학계의 대체적 견해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언행을 했을 때 제재를 가하는 것이지 이념과 사상을 잣대로 국회 진입을 막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국회가 제명을 추진하더라도 '국가관'보다는 부정 경선에 관여하고 당의 결정을 거부하는 등의 민주적 절차를 훼손한 행위를 주요 사유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1980년대 NL(민족해방) 주사파 계열 운동권 출신 일부 인사들에게 남아 있는 종북 성향을 청산해야 한다는 것은 최근 진보ㆍ보수 진영 양 측 모두 공감하는 과제다. 독재정권에 맞서는 과정에서 경도됐던 주체사상을 버리지 못했거나 여전히 북한 체제를 온정주의적으로 바라보며 합리화하려는 일부 세력의 낡은 인식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권자들은 국정을 다루는 정치인의 사상과 정견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정치인은 북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고 그것으로 국민적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북 청산이 단지 말꼬리를 잡는 방식이거나'반북 아니면 종북'이라는 이분법으로 몰아 '종북 딱지 붙이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북 화해 협력을 추구하는 것을 북한 체제를 도와주는 '종북'으로 모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 공세라는 지적이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반민주적, 반문명적 체제인 북한을 추종하는 극소수 종북파는 이번 논쟁으로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게 됐다"며 "하지만 대북 협력을 추구하는 온건 진보세력까지 종북으로 모는 것은 결국 다른 분야의 개혁까지 막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개선은 보수ㆍ진보 구분 없는 공통의 과제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문제는 인권을 개선시키는 방법을 두고 여야 간 시각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이다. 여당은 북한인권법 제정 등을 통해 인권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야당은 북한인권법이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하면서도 북한만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 세력이 북한인권법을 사상 검증용으로 활용하고, 진보 진영은 '내정 간섭론'이나 '북한 자극론'을 내세우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에 심각한 인권 문제가 있고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 때문에 국회가 특별기구 등을 만들어 실질적인 인권 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인권법 제정 여부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북한 인권을 향상시키는 데 보수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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