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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계종 새출발 약속 공염불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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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계종 새출발 약속 공염불 되지 않게

입력
2012.06.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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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이 어제 1차 쇄신안을 내놓았다. 종단의 면모를 일신해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것이다. 승려도박 추문이 계기가 된 만큼 재정의 투명성과 승단의 청정풍토 구현을 강조했다. 앞으로는 사부대중의 종단공의를 통해 종단과 사찰을 운영하며, 사찰예산회계법을 제정하고, 모든 수입에 영수증발급을 의무화하고, 주요사찰에 대한 재정도 공개하기로 했다.

출가승려는 수행과 포교에, 신도는 스님들과 사찰에 대한 외호와 보살행 실천을 통한 사회봉사에 힘쓴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에 따라 재정을 분리해 사찰은 스님들의 지도로 운영하고, 경제적 관리업무는 재가 전문 종무원이 맡게 된다. 그리고 각종 선거에서의 부정과 잡음을 없애기 위해 선출제도를 정비하고,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구니와 재가자 대표가 참여하는 인사심의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승풍 실추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한시적으로 자정센터도 운영한다. 조계종은 전 근대적인 사찰운영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이라고 말했다.

내용들이 크게 낯설지가 않다. 대상이 종단, 사찰, 승려라는 것만 빼면 우리사회 곳곳에서 비리와 부정이 드러났을 때, 내놓은 이런저런 쇄신책들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만큼 불교계가 온갖 세속적 욕망에 빠져 있었고,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이렇게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았으니 도박과 고급 술집 출입 등 세속적 추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쇄신안만 내놓는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는다. 종교계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재정을 분리하고, 법을 만들고, 종단의 청정성 회복을 외쳐도 스님들 스스로 참회와 자숙을 통해 참 종교인의 자세를 실천하지 않는 한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허물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더욱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런 회의적 시각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말 그대로 자승 총무원장부터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든 물러날 각오를 하면서 종단의 정화를 위해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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