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제왕 페이스북. 1분기 동안 무려 10억 달러를 벌어들일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이어온 페이스북의 낯빛이 최근 들어 유난히 어둡다. 페이스북의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며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던 언론들은 올렸던 손가락을 일제히 바닥으로 돌려 눕혔고,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계산했던 애널리스트들은 페이스북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수년 내 페이스북이 사라질 것이란 예견도 나온다. 인터넷과 SNS 공간의 최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한 페이스북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나날이 짙어지고 있다.
금주 들어 페이스북 주가가 공모가(38달러)보다 32%포인트나 폭락(5일 기준 주당 25.87달러)하면서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헤지펀드 아이언파이어 캐피털의 설립자 에릭 잭슨은 지난 4일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야후가 무너진 것처럼 페이스북도 5~8년 안에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고 말했다. 잭슨은 "야후가 여전히 돈을 벌고 있으며 직원도 1만3,000명에 달할 정도로 덩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성기였던 2000년에 비하면 경제적 가치가 당시의 10% 수준으로 쇠락했다"며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퇴락의 길로 접어든 야후에 빗대어 페이스북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정보통신 전문 인터넷언론 매셔블은 잭슨의 이 같은 우울한 전망에 대해 "야후를 인터넷 1세대 기업이라 한다면 페이스북은 2세대이며 이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통칭되는 3세대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며 "페이스북이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수년 내 사라질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이 나오는 까닭은 급박하게 뒤바뀌는 인터넷 시장을 한 기업이 계속해서 이끈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을 석권했던 야후는 SNS로의 전환을 받아들이지 못해 리더 자리를 신생기업 구글에 내줘야 했고, 구글 역시 뒤늦게 구글플러스를 앞세워 SNS 경쟁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선점 효과를 누리는 페이스북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잭슨은 "구글이 소셜 웹사이트로의 변신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과 공을 생각한다면 페이스북이 앞으로 모바일이 주도하는 3세대 시장에서 부딪혀야 할 역경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어두운 전망이 단지 '선배'격인 구글과 야후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답습할 것이란 예상 때문만은 아니다. 1,000억 달러에 이르는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를 유지시켜줄 수익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도 만만치 않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가 불확실한 광고효과를 이유로 페이스북 광고 집행을 중지한 이후 대형 광고주들과 투자자들의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 전문기업 입소스와 함께 1,032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 이용자 5명 중 4명꼴로 "(페이스북에 실린) 광고나 친구의 글을 보고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GM의 페이스북 광고 집행 중지가 충분히 이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페이스북의 영업력을 믿지 않는 투자자들의 심정을 부추긴다"며 "페이스북이 모바일 광고 수익 확대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페이스북도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험 신호들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최근 페이스북이 소프트웨어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모바일 기기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직접 개발, 제조할 준비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일 '왜 페이스북이 휴대폰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페이스북 기능에 집중한 저가의 스마트폰을 만들어 아이폰 등 고사양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어려운 계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