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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예측 가능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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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예측 가능한 사회

입력
2012.06.0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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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오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한 종합편성방송(종편) 선정과 관련된 심사내용을 담은 종편백서를 보도했다. 그 내용을 보면 객관적인 수치로 계량할 수 있는 재정 분야에서 JTBC(중앙)와 HUB(한국경제) CUN(태광)이 주로 1, 2, 3위를 차지했지만 비계량 항목인 기획력 공정성 인력운용 등의 항목에서 순위가 뒤집어져 TV조선(조선) 채널A(동아) MBN(매일경제) 등이 JTBC와 함께 종편 특혜를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량항목은 9가지인 반면 비계량 항목은 35가지라 점수차가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종편 4사의 5월 평균 시청률을 보니 JTBC가 0.52%로 그나마 낫고 MBN 0.47%, 채널A 0.46%, TV조선 0.32%다. MBN은 종전의 보도채널로 회귀한다 싶게 뉴스편성을 늘려가며 유지한 성적이고 채널A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잇따른 제재를 받을만큼 선정적 프로그램을 쏟아낸 결과이다.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TV조선은 심사 당시에는 프로그램 기획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결국 종편백서와 시청률을 함께 보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한국사회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 그런데도 정부는 그걸 무시하고 특혜를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2007년에도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 가능한 정보가 많았다. 가장 굵직한 BBK만 봐도 그가 설립한 것이 맞다면 그는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는 사람이고 그가 속은 것이라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된다. 그런데도 그는 경제를 살릴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당선이 됐다. 대통령이 되자 그는 첫 인사부터 편법 불법을 저지른 이들을 장관으로 관철시켜서 이 정부가 편법과 불법에 둔감할 것을 예측하게 했다. 그가 외국에 나가 있는 자녀를 가족회사에 직원으로 등록시켜 부당월급을 받게 한 것처럼 그의 최측근인 신재민 박영준들이 가족을 친구회사에 위장취업시켜 월급받게 하거나 남의 회사 돈을 제 돈처럼 마구 썼다. 그들에게 돈을 대준 기업가들 역시 회사 돈을 제 돈으로 마구 쓴 결과 SLS도 미래저축은행도 망했다. 가혹한 시련은 회사 직원과 그곳에 저축한 소시민들이 지고 있다.

권력의 비위를 맞추면서 검찰조차 정의와는 거리가 먼 권력의 하수인이 되었다. 트윗과 인터넷을 감시하고 정당 선거 수사에는 신속하지만 의혹이 명백한 권력측근 수사는 미진하다.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시도 수사는 두 번째조차 흐지부지 끝나고 있고 BBK 관련 가짜 기획입국설 편지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줬다는 고리가 드러났는데도 수사가 미진하다. 파이시티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수뢰사건 수사 역시 늘어지고 있다.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도 되지 못했다. 과도하게 늘어난 정부 부채나 왜곡된 과세정책은 다음 정권에 부담이다. 그러니 그들이 만드는 이미지가 아니라 객관적인 정보로 구축되는 예측이 맞다.

남북관계에서는 어쩌면 지구촌의 문제아 북한을 길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역시 예측대로 다시 북한을 두고 국민들이 위협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북한이 무리한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 시작한 개성공단 덕분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측근들이 만들어주려는 이미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깨끗하고 경제민주화를 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가족과 삼화저축은행이 관련된 의혹에 대해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자기 문제는 예외라는 태도이다. 민간인사찰 언론사파업에 대해서도 입장이 없다. 대신 이념문제에 대해서는 사상의 자유는 아랑곳 않고 내가 가진 사상만 옳다고 소리를 높인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사회가 올까. 예측은 맞다고 보면 된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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