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밤샘 도박 파문 등으로 궁지에 몰린 조계종이 7일 사찰의 경제적 관리 업무는 재가(在家) 전문 종무원이 맡도록 하는 등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미흡해 국면전환용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어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 재정 투명화 ▦공명선거 실현 ▦승단 청정성 회복 등을 골자로 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1차 쇄신계획'을 밝혔다.
자승 스님은 "지난 수십 년간 사찰ㆍ종단 운영 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과 분규, 갈등은 운영시스템이 체계적, 전문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근본적인 혁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선 재정 투명화를 위해 사찰예산회계법을 제정하고, 재가 전문종무원에게 사찰 운영을 맡겨 출가자는 수행에 전념하기로 했다. 직영사찰ㆍ직할교구 사찰ㆍ25개 교구본사ㆍ특별 분담금 사찰ㆍ문화재구역 입장료 사찰 등 종단 주요 사찰 재정 공개를 약속했다. 사찰의 모든 수입에 대해 영수증을 발급하고, 문화재 구역 입장료의 전자발권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돈 선거를 막기 위해 교구본사 주지는 산중총회 전원이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은 후보 중에서 방장이나 조실이 임명토록 하고, 선거법 위반시 피선거권을 10년간 박탈하기로 했다. 승단 청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징계법을 제정하거나, 승려법의 기존 징계조항을 개정하고,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에 자정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쇄신안이 조계종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정성 회복과 정법 구현을 위한 사부대중 연대회의' 공동대표인 만초 스님은 "쇄신계획의 상당수 내용이 이미 거론됐던 것인데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승 스님은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 "(룸살롱 출입 등) 10여년 전의 부적절한 일은 종헌ㆍ종법에 따라 종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규명하겠다"면서도 "바라이죄(살인, 음행, 도둑질, 거짓말)는 결코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승 스님은 총무원장 거취와 관련, "남은 임기 동안 종단 쇄신에 물러서지 않고 정진해 나가겠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중도사퇴설을 일축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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