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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패거리가 '대학 장악'… 총학생회장 10년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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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패거리가 '대학 장악'… 총학생회장 10년 대물림

입력
2012.06.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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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는 곳이면 학교라도 간다.’

조직폭력 패거리들이 새로운 자금 줄을 찾아 대학까지 진출했다.

전남 순천의 한 폭력 패거리들이 2개 대학의 총학생회장을 10년간 대 물림하며 학생회를 장악, 학생회비 등 수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중 한 명은 4년제 국립대학에 편입해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것으로 밝혀졌다.

순천지역 폭력 패거리인 ‘중앙파’ 행동대원 박모(31)씨는 2007년 3월 2~3년제인 A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한 뒤 이듬해 총학생회장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학생회를 장악한 박씨는 학교축제 등 각종 학교 행사 때 예산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년간 학생회비 4,800만원을 빼돌렸다. 박씨는 2008년 말 차기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다른 후보자들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폭력 패거리의 위세를 과시하며 선배 조직원 이모(36)씨의 단독 출마 분위기를 조성해 학생회장 자리를 대물림했다.

이씨의 뒤를 이은 또 다른 조직원 2명도 선거 때마다 이 같은 대물림 수법으로 학생회장에 올랐다. 박씨 등 4명이 지난해까지 빼돌린 A대 학생회비는 2억원에 달했다.

같은 패거리 행동대원인 손모(36)씨 등 4명도 동일한 방법으로 2008부터 지난해까지 B대학의 총학생회장에 오른 뒤 학생회비 2억원을 횡령했다. 이들 패거리 8명은 빼돌린 학생회비를 벌과금 납부와 유흥비, 가족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고, 이 중 4,000여 만원은 선배 조직원 10명에게 상납하기도 했다.

이 패거리는 4년제 국립대학으로까지 진출 범위를 넓혔다. 실제 박씨는 2009년 국립 C대에 편입했다가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고의로 학점 미달로 유급을 받아 졸업을 미룬 뒤 지난해 선거에 나왔으나 낙선됐다. 박씨는 선거에 떨어지자 또 다시 학점 미달로 유급을 받아 올해 초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전남지방경찰청은 7일 박씨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앙파 패거리는 2001년부터 A와 B대학에 진출한 뒤 10년간 사실상 총학생회를 ‘접수’해 10억여원의 학생회비를 횡령했지만 공소시효(5년)가 지나 4억원의 횡령혐의만 적용했다”고 말했다.

순천=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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