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분야 전문가들은 중도 언론이 추구하는 '중도'의 가치를 '중립'과 구분한다. 중립은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 소극적 개념인데 반해 중도는 사안별로 비판의 날을 세우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중도라는 본연의 책무를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그대로 전달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충실하면 보는 이들의 기사 관심도가 떨어지고 뉴스 소비가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신 상당수는 매체는 주요 뉴스 소비층으로 설정한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호소하며 좌우 양 극단의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거울에 비친 현실이 아니라 프리즘에 굴절돼 왜곡된 모습을 마치 정상인 양 고착화시키고 확대 재생산을 통해 반대 진영의 목소리를 제압하기도 한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언론이 사실의 힘으로 전체 여론을 이끌지 못하고 일부 집단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독자 추종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도 독재와 민주라는 대립구도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거리낌 없이 상대방을 좌파, 우파라고 규정하며 배제하는 이분법이 횡행하지는 않았다. 1990년대 말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사정이 악화되자 언론은 생존을 위해 상업주의와 영합했고, 확실한 자기 편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 개개인의 정파적 분화를 가속화시켰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개인이나 집단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몰아가면서 반대로 자기편은 줄 세우려는 경향성이 굳어졌다"며 "언론이 특정 인물을 대통령으로 적극 밀거나 각종 선거에서 모종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처럼 언론이 이슈와 시대 흐름의 판단 기준이 되기는커녕 혼란을 부채질하면서 국민들은 이념의 스펙트럼 속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준웅 교수는 "독자들은 진실을 알기 위해 날마다 각종 언론 보도의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하는 불편한 게임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언론이 사실보다 주장을 앞세우면 사회적 비용은 증가한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편향적인 언론 보도를 접하고 이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 사안에 대해 좀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도 언론이 대안으로 부각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우리 국민들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난무하는 각종 주장들을 검증하고 무엇이 사실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언론을 갈망하고 있다"며 "언론은 독자에게 공론의 장을 제시하는 역할에 그쳐야지 가치 판단까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도 언론의 핵심 가치는 자율성과 독립성에 있다. 사적인 손익에 얽매여 두리번거리지 않고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사회 현상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그래야 기계적인 균형만 맞추는 밋밋한 중립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중도 언론은 취재와 보도에 있어서도 과거의 관행과 단절하는 자기반성과 실천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실의 단순한 전달에 그치지 않고 건전하고 합리적 상식을 바탕으로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을 중도 언론이 가져야 할 보도 태도와 방향으로 보고 있다. 이재경 교수는 중도 언론의 방향에 대해 "좌우 시각의 균형보다 현실을 컬러링(윤색)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결과와 상관 없이 현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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