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접근법으론 성장을 중시하면 보수 분배를 우선하면 진보한국 역사적 특수성으로 북한문제·한미관계가 좌우 결정하는 주요 이슈최근 전통적 구분법 탈피 상충적 중도층 증가세
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의 이념 성향 규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층적이다. 일단 서구와 같은 경제적 접근법이 여전히 유효하다. 성장을 중시하면 보수층으로, 분배를 중시하면 진보층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한국 사회에서는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북한 문제, 한미관계 등의 변수들이 국민 이념 성향을 출렁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이념 성향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북한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념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발발한 한국전쟁 이후 같은 민족이면서도 전쟁을 촉발시킨 북한에 대한 관계 설정과 이 과정에서 견고해진 한미동맹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10년 조사한 한국사회의 주요 현안 이슈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층과 진보층의 답변 비율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이'북한에 대한 주적 명시 찬반 여부'와 '한미관계에서의 자주 외교와 동맹 우선'이었다는 점도 이러한 설명을 가능케 한다. 또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이 지난 연말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을 묻는 질문에'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세대를 관통해 북한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이념 성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통용돼온 이념 성향을 구분하는 개념에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복지 문제 등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의 전통적 이념 구분에서 벗어나 상충적 생각을 갖고 있는 중도층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양적인 측면에서도 중도층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공동 기획한'2011년 공생발전을 위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2004년 조사(38.9%)에 비해 12.5% 포인트 늘어난 51.4%에 이르렀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10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의식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성장과 복지''한미 자유무역협정(FTA)'관련 항목에 있어서 상충적 중도층의 비율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조사분석센터 부소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진보적 한미동맹론자'와'보수적 복지주의자'등 일종의 상충적 중도층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이념적 제약에서 탈피해 이슈 별로 정확한 정보 습득을 추구하는 계층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결국 중도층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계층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 문제에서 상당한 질책을 가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는 지나친 부의 편중과 권력화를 비판하는 태도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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