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최근 숫자를 얘기하는 일이 부쩍 줄었다. 몇 년 안에 몇 위에 올라서겠다는 식의 구체적 목표를 얘기하는 법이 거의 없다. 더 올라설 곳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대신 성장의 방향이 '양'에서 '질'로 바뀌었다. 자동차를 몇 대 파느냐 보다 더 중요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브랜드 경영'으로 방향을 바꿨다.
브랜드 경영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톱 3'를 향한 전략이면서 동시에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회사이지만, 안팎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대중차 시장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고, 중국과 인도업체들은 저가차로 브릭스(BRIC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GM과 도요타 등 위기에 처했던 선두 업체들은 빠르게 전열을 정비하고 현대기아차의 추격을 따돌릴 기세다. 난공불락의 아성이던 내수시장에선 수입차들의 공세에 점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려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판단이다.
지금까지 정 회장은 품질 경영과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글로벌 경영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10위 권 밖의 변방이었던 한국 자동차 산업은 불과 10년 만에 세계 5대 강국으로 우뚝 섰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도 지난해 말 정 회장을 '전 세계 최고의 자동차 최고경영자(CEO) 3인'으로 선정하며 "경제 위기 속에서도 품질 경영을 앞세워 현대기아차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브랜드 경영은 품질경영과 글로벌 경영에 뒤이은 그의 세 번째 작품인 셈이다. 사실 이 전략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05년 정 회장은 브랜드 경영 원년을 선포하고, 지난해 신년사에선 질적 성장이란 화두를 제시하며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브랜드 경영은 완결판이라 할 만큼 집약적이고 공격적이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현대기아차가 창사 이래 첫 글로벌 공통 캠페인으로 내세운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다. '당신의 자동차 안에 당신의 빛나는 인생이 있다'는 뜻이다.
과거의 브랜드 전략이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고객에게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스타벅스나 아이폰, 페이스북처럼 고유한 가치를 제공해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조원홍 현대차 브랜드 담당 전무는 "안전이나 품질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이제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로 현대차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겠다"며 "현대차 하면 '리브 브릴리언트'가 떠오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차아가 내세운 '모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은 차량의 품질과 디자인, 고객서비스, 마케팅 등을 망라한 현대기아차의 미래를 가늠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고객에게 찾아가 정비와 수리를 해주는 주문형 서비스나 런던 올림픽 등 각종 국제 행사와 연계한 브랜드 광고 등이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린카'라는 화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 경영이 미래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면 친환경차는 자동차의 미래 그 자체이다. 이런 까닭에 가솔린과 디젤 시대 이후의 주요 동력 기관으로 점쳐지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기아차의 레이 전기차. 정몽구 회장은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직접 레이 전기차에 시승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국내 최초 양산형 고속 전기차인 레이는 내년부터 일반 판매할 예정이며, 2014년에 준중형급 박스카 쏘울 전기차와 아반떼급 준중형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도 지속적으로 알려 그린카 4대 강국에 조기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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