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증권사들은 사면초가의 상태에 놓여 있다. 증권사 수가 60개를 웃돌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불확실성 고조로 증시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관련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가지고 지금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일까.
고객 기반을 넓혀라
증권사들은 무엇보다도 고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초우량고객(VVIP) 확보를 위해 기존 PB센터와 강남 브이프리빌리지(V Privilege)와 같은 고객자산가 대상 점포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브이프리빌리지는 예탁자산 1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영업점이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IB-AM모델(투자은행과 자산관리의 균형발전 모델)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기반을 확충하기로 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점포를 더욱 확대해 거액자산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생각이다. PWM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결합한 PB센터로, 두 업종의 다양한 상품과 금융서비스를 동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또 기업고객이 필요로 하는 직ㆍ간접 금융 니즈를 하나의 금융기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CIB(Corporate Investment Banking)모델의 성공적인 정착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람이 미래다
인재경영도 증권사 CEO들의 핵심 위기탈출 전략 중 하나다. 좋은 인재를 많이 육성할수록 고객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증권사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쌓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업계 대표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꿈을 이룰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 일산에 있는 인재관을 2배로 확대했고, 직원들의 경력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인재경영을 위해 '자산관리(AM)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AM아카데미는 금융전문가를 양성하는 사내 인재육성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상품 등 금융시장 전반에 관한 지식을 학습하게 된다. 조 사장은 평소 "고객의 이익이 수반돼야 자산관리회사의 경영도 지속 가능하다"며 "미래에셋의 생존과 미래는 인재에 달렸다"고 강조해왔다.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사장은 2월 취임 이후 사내 우수직원들을 중심으로 도제 방식의 후배 양성제도를 도입했다. 최우수 영업직원과 소속지점 주니어 직원을 연결해 영업 및 투자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은퇴시장을 선점하라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은퇴자산관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국내 은퇴자산관리 시장은 향후 8년 내 1,000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PB서비스와 자산관리 인프라를 바탕으로 은퇴시장 공략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부가 함께 참여해 은퇴 후의 삶을 조망하고 자산관리를 계획하는 부부은퇴학교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여 주목된다. 김 사장은 "올해 연말까지 3,000쌍 이상의 고객이 부부은퇴학교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 사업을 통해 은퇴전환기에 있는 44~55세 잠재 고객들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은 100세시대연구소를 바탕으로 은퇴자산관리 시장에서 선도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며, 미래에셋증권도 단순히 은퇴상품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은퇴교육 및 다양한 은퇴 솔루션을 제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대신증권 나재철 부사장은 위험관리 부문의 강점을 활용해 자기자본투자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자기자본투자는 주식거래 중개와는 별도로 증권사들이 보유한 자금을 주식 및 채권 등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나 부사장은 "자기자본투자는 외국 선진시장과 투자은행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둔 핵심 성장부문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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