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부임한 건 지난해 9월28일. 정식 취임도 하기 전에 9ㆍ15 정전대란이 터졌고, 업무보고도 받기 전에 사고수습부터 나서야 했다. 이후 정전대란 후유증에서는 벗어났지만 김 사장 앞에는 더 큰 '숙제'가 놓여 있었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전의 열악한 재무상황이 그 것. 김 사장은 "해외사업을 대폭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 현재 한전 전체 매출의 3% 수준인 해외사업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원가보다 싼 전기료 탓에 지난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만 8조원에 달하는 한전을 해외사업을 통해 구해내겠다는 것이다.
한전을 이를 위해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세웠다. 국내에선 안정적 전력공급 등 '공익 우선'을, 해외에선 원자력발전(원전)과 수력ㆍ화력 발전 등 '수익 우선'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창사 이래 최대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해외사업전략실 신설 등 해외사업 부문에서 'New Area(새로운 사업영역)'와 'New Contents(새로운 콘텐츠)'를 개발, 사업군을 늘리면서 수익성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수력ㆍ화력발전소 맞춤형 전략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아프리카 등 후진국에서 신규사업을 적극 발굴하는 한편, 저평가된 해외 발전 설비의 인수합병(M&A) 적극 추진 등을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제2의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사장은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이 없다는 데 많은 국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향후 원전 르네상스가 재개될 것"이라며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 자원개발 및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해외 자원개발 투자전략은 발전연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데 있다. 현재 자급률이 12% 수준인 유연탄과 4%대에 머문 우라늄을 해외에서 대량 확보, 자급률을 크게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전 자회사인 5개 발전회사들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 받고 있다. 특히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울산2복합 화력발전소가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전력원가협회(EUCG) 정기총회에서 국내 발전소 가운데 처음으로 복합화력 부문 '베스트 퍼포머(best performer)'를 수상했다. 우수발전사와 운영지표를 비교 분석하고, 실시간 성능감시와 운전이력을 파악해 운영능력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이런 선진화된 발전 기법 덕분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스팀터빈 발전기 3호기와 가스터빈 발전기 5호기의 경우 1999년 이후 13년간, 스팀터빈 발전기 2호기 역시 2000년 이후 12년간 각각 무고장 운전을 기록 중이다.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세계적인 전력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고, 그 만큼 해외시장 진출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환골탈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2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정전(블랙아웃) 사고로 물의를 빚은 뒤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고 보고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여름철 전력난을 감안할 때 국내 전력공급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원전은 없어서는 안될, 저렴하면서고 깨끗한 필수 전력 공급원임을 알리는데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유가 및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원자력발전의 생산단가는 ㎾당 평균 39원. 다른 에너지 가운데 가장 싼 석탄(67원)보다 저렴한데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원료가격 변동의 영향이 적다는 게 한수원 측의 주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은 국내자원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며 "물론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이런 장점 덕에 원전은 전기요금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해 왔고 고유가 시대에도 국가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밑거름 역할을 앞으로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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