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7시30분, 삼성의 컨트롤타워 수장이 된 신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첫 출근했다.
그는 건물입구에서 20㎙ 이상 떨어진 곳에 내려 걸어서 출입구로 들어섰다. 최고위급 경영진만 드나드는 유리 회전문도 피하고, 일반 직원들처럼 사원증을 인식기에 대고 보안문을 통과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런 최 실장의 파격에 대해 "직원 엘리베이터를 자주 이용하는 등 원래부터 격식을 떠나 효율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스타일"이라며 "앞으로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평했다.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새 사령탑이 된 만큼 '일장훈시'라도 있을 법한데 최 실장은 회의도 짧게 끝냈다. 매주 금요일 열리는 미래전략실 팀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 실장은 "늘 하던 대로 하자. 보고도 간단히 하자"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런 스타일 때문에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격식과 형식을 배제하는 대신, 업무에 관해 철저하고 빈틈이 없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추진력에 관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치열한 전쟁터 같은 IT산업현장을 누볐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관리형 수장에 익숙한 미래전략실에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삼성전자 CEO시절 정해진 회의시간과 보고시간이 따로 없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회의도 그냥 서서 진행하고, 보고 또한 스마트폰으로 받았다. 이메일을 보내면 전세계 어디에 있든 10분 안에 답장을 보내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수시로 휴대폰을 확인해야 했다. 심지어 새벽에도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며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 실장의 지휘스타일에 대해 "하루 24시간을 일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중시, 현장중시, 효율중시형 업무스타일은 삼성그룹 전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야전사령관 출신의 최지성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으로 앉힌 것 자체가 제2의 신경영을 선언하는 것과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년전 첫 신경영의 주제가 변화와 혁신이었다면 제2의 신경영은 시장과 효율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으로 삼성이 중국 쪽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유럽의 부진이 쉽게 해결되기 힘든 상황에서 중국 시장은 유일의 돌파구이기 때문에, 삼성 전체가 대중국 비즈니스를 훨씬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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