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서울시당 당기위가 6일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을 제명한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당권파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두 의원의 거취 문제를 매듭지어야 당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신당권파 고위 당직자는 이날 서울시당 당기위가 밤 늦게서야 결정문을 낸 데 대해 "문안 작성 및 검토 과정에서 논란이 될 만한 소지를 없애기 위해 꼼꼼하게 살피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의원의 징계 수위 자체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시당 당기위는 결정문에서 두 의원을 포함한 징계 대상자들이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추락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식 의결기구의 결정을 거부함으로써 당의 내분을 초래함과 동시에 "지지자와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준 것에 대해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함으로써 제명 결정을 정당화했다.
신당권파가 두 의원의 제명 결정을 더 미루지 않은 데에는 당 안팎에서 전개되는 최근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국민들 사이에 진보당 사태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자칫 신뢰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또 25~29일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구당권파는 당권 재장악을 시도하기 위해 전열을 급속히 정비해가고 있다.
특히 두 의원의 거취 문제가 정치권 전반의 이념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증폭됐다. 내부적으로는 구당권파의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핵심적인 쇄신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보수 진영의 공격이 거세지면 구당권파가 탄압 받는 모양새가 되면서 오히려 이들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당권파 인사가 다수인 서울시당 당기위에서 제명이 결정됐지만 두 의원의 출당은 빨라야 이달 말에 확정된다. 구당권파 입장에선 새 지도부 선출 일정 등을 감안해 이의 신청 기간(14일)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중앙당기위가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도 최소한 일주일 이상의 시간은 필요하다.
앞서 김재연 의원은 서울시당 당기위 출석 직전에 조윤숙ㆍ황선 비례대표 후보자, 이석기 의원측 대리인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충분한 소명 과정과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당기위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한다면 그 권위는 일거에 무너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소명 과정에선 간간이 고성이 오갈 정도로 긴장이 감돌았다.
한 당직자는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면서 "구당권파가 반발하겠지만 이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을 통해 '진보정당 시즌2'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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