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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단체 명의 빌려 허위 공문서로 정부기관 인쇄물 800억원대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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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단체 명의 빌려 허위 공문서로 정부기관 인쇄물 800억원대 수의계약

입력
2012.06.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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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는 수의 계약 자격이 없는 국가유공자단체의 인쇄조합 명의를 빌린 뒤 국가보훈처 공무원에게 '수의 계약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발부 받아 국가기관들로부터 수 백 억 원대의 인쇄물 계약을 한 혐의(사기 등)로 인쇄업자 심모(51)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인쇄업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금품, 향응을 받고 가짜 공문서를 만들어준 국가보훈처 이모(56) 서기관 등 공무원 5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씨 일당은 심씨 친형(59)이 대표로 있는 A인쇄조합을 이용해 2000년 1월부터 지난 4월 20일까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경기도 의회 등 45개 국가기관과 수의계약을 해 845억원 가량의 인쇄물 납품 계약을 맺은 혐의다. 심씨 일당은 또 장애인을 사업장에 고용했다고 허위 신고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 고용장려금 4억2,000만원을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심씨 일당은 1990년대 말 국가유공자단체가 운영하는 A인쇄조합에 접근, 이 조합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회원이 35명인 이 단체에 매달 90만원, 상여금 100만원, 명절 상여금 등을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쇄조합 명의를 빌린 심씨는 국가보훈처 공무원에게 금품, 향응을 제공하고 '국가, 공공기관과 수의 계약을 할 수 있다'는 허위 공문서를 발부 받아 쉽게 수의 계약을 따냈다. 통상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나 조달청이 국가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은 뒤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단체와 수의 계약을 하는 게 원칙이지만 심씨 일당은 국가보훈처와 조달청 직원 등을 이용해 인쇄조합이 국가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국가, 공공기관과는 공개 입찰을 해야 하지만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단체 등에게 수의 계약을 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는 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이 서기관과 서울지방보훈청 이모(53) 주사 등 공무원 5명은 인쇄조합이 수의 계약 대상 업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의로 '사실 확인 증명원'을 발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또 다른 국가, 공공기관 직원 18명도 이들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정황을 확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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