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만줄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이 미 정부가 핵 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줄로 의원은 7일(현지시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가치와 책임을 공유하는 한미동맹을 미일동맹 차원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핵 연료 재처리의 한국 허용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만줄로 의원의 공개발언은 공화당 내부 기류를 반영한 것이어서 미국 정부의 입장이 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워싱턴의 한 인사는 "한미 양국에서 공개 논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미국은 1973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의 2014년 3월 만료를 앞두고 재개정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사용 후(後) 핵연료의 보관 및 에너지 효율 문제 개선을 위해 재처리 허가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북핵 저지의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해왔다.
만줄로 의원은 "한국의 위상을 일본과 영국의 바로 옆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며 "미 정부는 한미동맹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큰 생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 첫째가 한국이 요구하는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논의를 피하지 않는 것"이라며 "핵 연료 재처리 기술의 허용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파급효과 측면에서도 국익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대니얼 립먼 수석부회장은 "미국 기업들이 원전 기술을 한국에 수출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며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로도 미국이 15억달러 이상의 수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세계의 상업적 핵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핵 협정 개정에 실패하면 한국이 미국산 핵부품과 핵기술 의존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 발전에 사용된 우라늄(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94%를 재사용할 수 있어 폐기물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으나, 재처리 때 나오는 플루토늄이 핵무장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에 미국은 핵 기술 이전국가와 협정을 맺어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 핵 기술 선진국이지만 요르단, 베트남 보다 강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단순 연구목적의 핵 재처리도 미국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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