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회사에서 과연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까. 만약 월급을 높이고 승진을 잘 시켜주면 행복해질까. 복리후생을 개선하면 행복감이 배가될까.
최근 '좋은 직장(GWPㆍGreat Work Place)'개념이 확산되면서, 기업마다 직원들의 회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직원들이 정말로 행복해졌는지는 쉽게 판단키 어려운 게 사실이다.
목재 전문 중견기업인 동화홀딩스는 매년 직원들의 행복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이른바 '동화 행복지수'다. 이를 통해 불만의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동화 행복지수'는 여러 학술 논문과 컨설팅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됐는데, 직원들에게 총 80항목에 걸쳐 세세한 내용을 묻는다. 예를 들어, 단순히 직장에서 행복한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상사가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나를 보호하고 비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십니까'처럼 구체적인 질문, 직원들의 심리와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설문지는 엄격하게 밀봉 관리되고, 분석도 외부업체에 맡긴다. 동화 행복지수 개발을 주도한 유돈 조직개발부문장은 "기존에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직무 만족도 조사는 관리자에 대한 평가와 승진 자료 정도로만 쓰여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관리자들은 평가 결과에 영향을 주고 직원들의 만족도는 제대로 평가하기 힘든 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동화홀딩스의 이런 노력은 벌써부터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처음 71점이던 동화 행복지수는 1년 만에 지난해 73점으로 2점이나 뛰어 올랐다. 2010년 첫 조사내용을 분석한 결과 무엇보다 직원과 관리자 간 의사소통이 부족하다는 걸 확인했고, 회사측은 즉각 소통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승명호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한해 동안 10여 차례 이상 생산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회사 경영 상황 등에 대해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눴다. 또 직원들의 불만을 가감 없이 듣기 위해 온라인 익명게시판도 개설했는데, 첫해에만 300여건의 불만사항이 올라왔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이 게시판을 모니터하며 제도부터 작업현장까지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선 회사의 수익 일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직원행복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 초 동화홀딩스는 서울 여의도 사옥 2층 전체를 차지했던 외부 음식점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그린 라운지'라는 이름의 직원 휴게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지난해 행복지수를 측정했더니 직원들이 동료, 상사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진단결과가 나왔고, 이에 따라 임대수익까지 포기하며 대형 소통공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문성연 동화홀딩스 대리는 "그 동안 사내 의사소통이 부족하다고는 느꼈지만 정작 뭐가 필요한지는 알지 못했는데 그린 라운지가 생긴 후 다른 부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유돈 부문장은 "동화행복지수는 회사가 매년 받는 건강 검진과 같은 개념"이라며 "진단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절한 처방을 하면 회사는 더 건강해지고 직원들은 더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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