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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 자해사망자에 대한 국가 책임은 사회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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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 자해사망자에 대한 국가 책임은 사회적 요구다

입력
2012.06.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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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8일 이전까지 자해사망자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이 불가능 했다.

그러나 국립묘지 안장 제한 대상에서 자해사망자가 제외되면서 전·의경과 경비교도 대원 중 공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자해사망자는 순직으로 분류돼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있다. 200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의경 신분의 자해사망자 중 국립묘지에 안장된 인원은 1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군에는 아직도 땅에 묻히지 못한 23구의 사체와 110위의 유골이 있다. 이 중 80%가 군에서 자살 또는 변사로 처리된 장병들이다. 전·의경과 경비교도 대원들 중 일부 자해사망자가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군은 창군 이래 단 한건의 자해사망자도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엔 '확정적인 반대증거가 없는 한 군인의 사망은 복무 중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 순직 내지 공상으로 인정한다'는 내부 규정에 입각해 군 자해사망자의 업무연관성을 추정한다. 그 결과, 군 자해사망자 대부분은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보훈혜택을 부여받는다. 이는 전시와 평시를 구분하지 않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대한민국 국군 자해사망자 유가족이 군으로부터 받는 것은 공식적으로 500만원의 사망위로금 뿐이다. 유가족들은 그때부터 법원이나 행정심판 등에 호소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행정심판 등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경우에도 군은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군은 전공사상자 처리훈령에 '군 자해사망자는 자해원인과 관계없이 공상·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부 규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될 당시 국방부에서도 군 자해사망자의 분류기준을 개편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 논의는 '순직의 영예성'이라는 군 내부의 반발에 밀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실기로 인해 같은 의무복무자인 전·의경, 경비교도 대원과 국군장병 간의 불평등 대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누구를 위한 순직의 영예성인지 모르겠지만 국군장병에게만 자해의 원인을 묻지 않겠다는 결정이야말로 그들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바치는 희생을 폄훼하는 행위가 아닐까.

2012년 7월 1일 대한민국은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로 구분되는 새로운 보훈시스템을 시행하게 된다. 보훈대상을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희생자인 '국가유공자'와 국가 책임차원에서 보상이 필요한 '보훈보상대상자'로 구분하는 것이다. 군에서 순직·공상으로 분류되는 대상들이 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로 나눠지게 된다. 보훈보상대상자 분류에는 이미 복무연관성이 인정된 자해사망자가 포함되어 있다.

군은 늦었지만 복무연관성이 있는 군 자해사망자를 순직으로 인정하라는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당연한 결정이며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시기가 미래지향적 군 발전을 강조하는 김관진 장관이 있는 때라는 점은 의미가 깊다고 본다.

개편을 계기로 모 후배 지휘관의 하소연이 기억난다. "부대 병사 한명이 자살을 했는데, 군에 와서 생긴 문제로 인해 자살한 것이 분명한데도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더라구요. 군내 규정상 그냥 자살로 분류할 수 밖에 없으니 보훈처에 가서 잘 호소해 보라는 말 밖에 못했습니다. 간부들끼리 정성을 모아서 위로금을 전하긴 했지만 지휘관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국방부의 군 자해사망자 분류체계 개편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희생하는 국군 장병들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소중한 결실이며,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나라사랑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한기호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역 육군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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