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크롱카이트는 미국 TV 뉴스의 양심이었다."
2009년 92세로 타계한 '세기의 앵커' 크롱카이트의 전기가 5일(현지시간) 출간됐다. <크롱카이트> 로 명명된 이 책은 미 대통령 역사학자 더글라스 브링클리가 썼다. 크롱카이트>
미주리주 출신인 크롱카이트는 텍사스대를 중퇴하고 UP통신(UPI통신의 전신)의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1950년 CBS로 자리를 옮긴 뒤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보도를 이끌며 스타 저널리스트로 부상했다. 특히 62년부터 81년까지 CBS 메인 뉴스인 '이브닝 뉴스'를 진행하면서 TV 뉴스의 전성기를 열었다. '앵커맨'으로 불린 최초의 인물이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워터게이트 사건, 베트남 전쟁, 이란 인질 구출 작전까지 많은 미국인들이 미 현대사의 역사적 순간을 크롱카이트와 함께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종군기자로 연합군과 노르망디에 '상륙'했고, 68년엔 베트남 전의 실상을 알리는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속한 종전 쪽으로 여론을 유도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브링클리는 이에 대해 "우리가 목격한 이런 여러 사건들도 사실은 크롱카이트의 프레임(틀)으로 만들어진 역사를 본 것"이라고 기술했다.
하지만 크롱카이트는 생전에 "나는 뉴스 전달자이지, 논평가나 분석가가 아니다"라며 뉴스에 주관적 판단을 개입시키는 것을 가급적 자제했다.
20여년 간 뉴스를 진행하며 명장면도 많이 남겼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소식을 전할 때 45초 간 침묵한 채 안경을 벗다 쓰기를 반복하며 눈물을 삼키고 목소리를 가다듬던 모습은 미국인들의 충격을 대변하는 장면으로 남아있다.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닿는 순간에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오, 보이"만 되풀이했다. 크롱카이트는 이후 한 인터뷰에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던 순간이 앵커로 일하면서 유일하게 말문이 막혔던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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