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특정 종교에 대해 믿음이 없었던 A씨. 하지만 2010년 군에 입대하자 그는 의무적으로 종교를 믿을 것을 강요 받았다. A씨가 근무한 부대의 사령관 등 간부들은 A씨에게 "이등병의 경우 의무적으로 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에서 무조건 택해야 한다"며 무교인 그에게 "세 가지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군인 신분인 A씨에겐 종교의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는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5일 열린 '군 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군대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사례가 폭행 및 가혹행위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 종교의 자유 침해 등 기본권이 무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군대 내 진정 사건 중 인권위로부터 권고를 받은 군 관련 사건은 총 36건이다. 인권 침해유형에 있어서는 폭행 및 가혹행위가 가장 많은 7건이었지만 생명권 침해(6건), 사생활 침해(5건), 의료조치 미흡(5건), 종교의 자유 침해(2건), 적법절차 위반(2건), 강제추행, 인격권 침해, 의료접근권 불허, 부당한 작업지시, 강제서명 강요, 협박 및 폭언, 부당한 휴직처분, 직업선택 침해(각 1건) 등의 사례도 드러났다.
실제로 생명권 침해와 관련, 2년 4개월간 과수원 관리반에서 군복무를 했던 B씨는 부대임무와 상관없는 농약 살포작업을 방제복 등 특별한 안전장비 없이 하루 약 5~6시간씩 40회 가량 작업을 했다. 제대 후 급격히 피곤증세를 겪던 B씨는 림프종 암 진단을 받고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기 위해 부대에 농약살포 업무사실 확인을 요청하였으나 거부되자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 제한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올해 초 '종북 앱 삭제지시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군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이 내용을 외부에 고발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해 군 간부 800여 명의 통화기록 제출을 요구하고 압수수색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군인권센터 측은 "이등병(2만9,900원)과 대장(834만5,200원) 월급 차이가 279배로, 병사 월급이 열악하다"며 "청년실업 등 사회문제로 고민이 많은 대학생들이 군대의 적은 월급으로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갚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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