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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 된 종북 논란… 민생·사찰 등 현안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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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 된 종북 논란… 민생·사찰 등 현안 덮어버렸다

입력
2012.06.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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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시계 바늘은 20세기 냉전 대결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최근 종북(從北) 논란과 이념 공방에 갇힌 한국 정치판을 두고 터져 나오는 목소리다. 일자리 창출과 서민 복지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한데다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덮치고 있는데도 여야가 이를 외면하고 이념∙ 사상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생 및 불법사찰 등 주요 현안들이 모두 실종됐다는 지적이 있다.

당초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태에서 비롯된 종북 청산 논란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국가관 정립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란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여야가 이를 이념 공방의 정치 공세로 덧칠하면서 국민 편가르기로 정치적 잇속을 챙기려는 낡은 정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80년대 운동권 문화의 고루한 폐습을 벗지 못한 일부 진보 진영과 이분법적 사상 검증에 열중하는 일부 보수세력이 함께 벌이는 구태 정치라는 것이다.

우선 종북ㆍ이념 논란은 진보 진영이 빌미를 제공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북한 인권, 북핵, 3대 세습 등에 대해 침묵해온 일부 진보세력의 종북 성향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分黨)사태로 터져 나왔는데도 진보진영이 이를 감싸는 데 급급해 화근을 키웠다는 반성이 최근에야 쏟아져 나왔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두고 보수 정치인이 단식 농성을 하는데도 진보라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이석기 이상규 의원 등이 여전히 북한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종북 청산'은 진보 진영의 과제로 남아 있다.

민주통합당도 종북 감싸기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에 목매달았던 민주당은 진보당 사태 이후에도 종북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특히 NL(민족해방)계열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안이한 북한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종북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는 시각도 많다. 임수경 의원만 해도 취중 실언이라 하더라도 탈북자를 싸잡아 '변절자'로 표현한 게 북한에 대한 낡은 인식에 갇혀 있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북한 인권 등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 이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며 "국회의원이 되면 과거 운동권 시절의 인식을 벗고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북 청산 과제가 이념 검증식 정치 공세 재료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의영 서울대 교수는 "현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과 국가 정체성 부정을 구분해야 한다"며 "종북 청산 논란이 이념 공방으로 확산되면 소모적 정쟁만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념 공방이 자칫 사상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데다, 국민 편가르기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외 관계를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대북 정책을 이분법적 사상 검증의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년 동안 논란을 빚어온 북한인권법도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논의 보다는 이념 공방의 소재로 이용돼온 측면이 많았다. 새누리당은 이날도 북한인권법 반대를 곧바로 "북한의 참혹한 인권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면 빨갱이이고, 북한을 옹호한다는 식으로 활용되는 게 문제"라면서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수와 진보 세력이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논의해서 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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