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현안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다. 보고서는 최근 한미 군사협의에서 미국이 한국에 분담금 비율을 최소 50%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42%(8,125억원)인 분담율이 50%로 증가하면 한국은 2,000억원 가량을 매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내년에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한미 양국은 2009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통해 2013년까지 분담금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결정키로 합의했다. 미국이 협상 시한이 1년 남은 때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은 국방비 삭감에 따른 여건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수 있다. 미 국방부는 향후 10년간 3,500억달러의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하며 추가로 최대 6,000억달러까지 줄여야 한다. 미국은 그로 인한 군사력 약화 문제를 동맹국들이 국방비 증액 및 미군 주둔비 추가부담 등을 통해 상쇄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추가부담이 분담금 증액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보고서가 한미 현안으로 부각된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연계를 지적한 것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 탄도미사일 사정거리가 300㎞로 제한된 탓에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지 못한다며 사거리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 일본의 반발을 우려해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반대해왔다. 양국이 어느 선에서 타협하느냐에 한국은 물론 중국 등에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MD 참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일본 이지스함의 서해(공해) 배치를 눈감아주는 등 비공식적으로 MD를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란 원유수입국 금융 제재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을 예외국으로 인정하는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국이 3월 예외국 1차 발표에서 빠진 이유를 지난해 이란산 원유 수입액이 20% 증가해 10여년 만에 가장 많았고 올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수입하기로 합의한 점을 문제 삼았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입국에 금융제재를 가하기로 한 시점에 한국이 반대로 수입을 늘린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경우 증가비율 정도만큼만 수입을 줄여도 한국은 예외국에 지정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반면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한 일본은 지난해 이란 원유 수입을 10% 감축해 제재 예외 11개국에 포함됐다. 결국 미국이 이런 일본을 모범 사례로 소개한 것은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2011년 대북 식량지원을 놓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북미관계가 진전을 이뤘다면 한미관계가 시련에 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4월 총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적어도 당분간 대선 선두주자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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