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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무국적자들 "시민권 달라" 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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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무국적자들 "시민권 달라" 시위 격화

입력
2012.06.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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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출신 청년 아메드의 소원은 단 한가지, 태어난 땅의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모국으로부터 시민권 발급을 거부 당한 아메드는 이 나라 곳곳에 퍼져 있는 수많은 무국적자들 중 한 명이다.

UAE를 비롯해 아랍권 국가들에는 아메드와 같은 무국적자 이른바 비둔이 살고 있다. 비둔은 아랍어로 '제외된'이라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시민권을 얻으려는 비둔들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지역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UAE 등 페르시아만 연안국들에 주로 분포한 비둔은 이 지역이 겪은 역사적 굴곡으로 인해 탄생했다. 20세기 초중반 아랍 국가들이 현재의 틀을 갖출 무렵 일부 국가는 지리적 경계가 아닌 부족 단위로 국민을 선정했다. 따라서 당시 친족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고의로 배척당한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무국적자로 남게 됐다.

비둔은,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온갖 불이익을 감내하고 있다. 건강보험이나 무상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고 취업도 제한돼 있으며 다른 나라로 여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쿠웨이트에서는 지난해 말 시민권 발급을 주장하는 비둔들이 거리에서 시위하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1961년 쿠웨이트가 영국에서 독립하던 해 선조들이 시민권 심사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무국적 신세가 됐다. 쿠웨이트의 불법거주자담당청은 1965년 인구조사 통계에 등재된 개인을 대상으로 시민권 자격을 심사해 3,000명의 비둔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4월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쿠웨이트에는 약 10만5,000명의 비둔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당분간 이들로 인한 불안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FT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약 7만명, UAE에는 3만~10만명의 비둔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며 "경제 사정이 좋아진 아랍권 국가들이 복지를 늘리면서 비둔을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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