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주로 키우는 전북 장수군 일대 농가들에겐 바람이 가장 큰 적이다. 지난해 8월 태풍 '무이파' 탓에 1억8,000만원 가량의 낙과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이웃 순창군과도 날씨가 다른 경우가 많아 언제 얼마나 센 바람이 닥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는 근심을 조금 덜었다. '날씨 도우미'라 불리는 마재준 예보관(남원 기상대)이 군청 공무원은 물론 읍ㆍ면 이장단과 지역 특산품 농가 등에 지역 기상 정보가 담긴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주고 있기 때문. 김광수 장수군 재난안전관리과장은 "예전엔 전주기상대에서 팩스를 통해 정보를 받았는데,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놓치기 일쑤였다"며 "이제는 남원기상대 예보관이 각 농가에까지 실시간 메시지를 보내줘 사전 대비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등의 이유로 날씨가 동네마다 달라질 정도로 '소(小)지역화'가 빨라지면서 날씨에 대한 맞춤형 대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주변에 기상청이나 기상대 같은 기상관서가 없는 농가는 제대로 된 기상 정보를 제때 받지 못해 늘 불안했다.
기상청은 이 같은 사정을 감안, 전국 기상관서 직원들이 시ㆍ군 한두 곳씩을 나눠 맡아 날씨 정보를 챙기고 이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 기상담당관' 제도를 본격 실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들 날씨 도우미는 178개 시ㆍ군에서 태풍이나 폭우, 대설 등 기상 이변이 예상될 때 휴대폰 메시지 등을 통해 해당 지역 주민에게 기상 정보를 재빨리 전파,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돕는다. 또 해당 지자체장에게는 기상 정책과 관련해 정보 제공과 조언을 하고, 농가에겐 날씨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교육한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해 7월부터 32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배와 감귤이 특산물인 충남 천안시와 제주 서귀포시의 과수 농가는 인근 기상대에 따로 요청해 동네 관련 기상 정보를 받고 있다"며 "정확한 기상 정보 확보가 수확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맞춤형 날씨 정보 제공은 비단 지방뿐만이 아니다. 서울은 이달부터 자치구 25곳을 6~7개씩 4개 권역으로 묶어 차별화 한 기상 정보를 구청 담당자에게 알려주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가공되지 않은 광역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됐다면 앞으로는 맞춤형 정보에 예보관 분석까지 곁들여 지역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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