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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EU 재정동맹' 고수… 힘빠지는 '은행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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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EU 재정동맹' 고수… 힘빠지는 '은행동맹'

입력
2012.06.0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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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동맹(Banking Union)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한 유동성 지원 등 긴급처방 안에 줄곧 반대하던 독일이 미세하게나마 수용 의사를 내비치면서부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일(현지시간) "은행들이 어느 수준까지 금융당국의 관리를 필요로 할지를 중기 목표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유로존 은행권의 자본 재확충을 중앙시스템이 관장토록 하는, 이른바 은행동맹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한 셈인데 독일은 그 동안 유로존의 채무 공유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은행동맹은 2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예금자 보호를 이유로 전격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단일 금융감독기구 아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ESM 등이 은행권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 은행 부실에 대한 책임을 유로존 공동으로 떠안자는 것이 골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담당집행위원 등도 은행동맹안을 지지하고 있다.

은행동맹의 장점은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 위기국의 유동성 고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예금 인출 사태가 은행시스템 붕괴와 재정위기 심화로 이어진 점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채무보증 시스템의 출범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덜어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은행동맹이 EU의 궁극적 목표인 유로본드(유로존 공동채권) 발행을 통한 재정동맹(Fiscal Union)으로 나아가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은행동맹이 유로존의 불확실성을 차단하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유심히 살펴보면 독일이 입장을 다소 완화하기는 했지만 기존 방침에서 후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메르켈은 "은행동맹 구상은 유럽 정치통합의 심화를 위한 중기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EU가 개별 회원국의 재정ㆍ예산정책을 관장하는 재정동맹이 먼저 담보돼야 한다는 얘기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동의 채무 관리를 논의하기 이전에 제대로 된 재정동맹이 필요하다고 한결같이 말해왔다"며 "은행동맹은 현 시점에서 언급할 주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독일의 거부감은 전체 회원국의 재정을 통제하지 않고 은행동맹에 덜컥 합의했을 경우 자국의 경제적 부담이 폭증할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가령 구제금융에 미온적인 스페인은 EU가 400억유로만 지원해 주면 은행부실을 털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에서는 최소 1,00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본다. 4일 공개된 독일 내부 보고서는 "EU의 성격을 기존 통화동맹에서 재정동맹으로 격상하는 결정은 빨라야 2013년 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적시했다. 로이터통신은 "메르켈은 유로존 위기를 잠재울 최선의 해결책을 재정동맹으로 보고 있으며 추진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주요7개국(G7) 및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들은 5일 각각 긴급 화상회의와 전화회의를 갖고 위기확산 대응에 나섰다. 한 소식통은 "회의에서 스페인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며 "유로존 충격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일 열릴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재개 등 경기부양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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