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거래해 얻은 수익이 과세 대상이냐 아니냐를 따진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은 복잡한 논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재판은 아이템 중개업자 A씨의 제소로 시작됐다. A씨는 2004년 사업자등록 없이 중개업체 등을 통해 아이템 등을 사들인 뒤, 다른 이용자들에게 되팔아 6억원 정도를 벌었다. 이에 세무서가 부가세 9,300만원과 종합소득세 2,400만원을 부과하자, 과세처분 취소 소송을 낸 것이다.
■ 아이템 등은 게임 내에서만 사용되는 코드에 불과해 재산적 가치가 없고, 거래행위는 소유권 변동이 일어나지 않아 재화의 공급으로 볼 수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소유권 변동이 없다는 얘기는 모든 아이템은 게임업체 소유라는 약관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아이템을 거래의 객체로 사용될 수 있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체(無體)재산권'이라고 봤다. 따라서 사업형태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아이템 등을 공급한 건 '사업자'에 해당하므로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 2009년에 이어 아이템 재산권과 거래를 재차 인정한 판례는 게임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 아이템은 이제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을 넘어 실질 가치를 갖는 재화가 된 것이다. 하지만 법리와 현실 간엔 만만찮은 혼란이 빚어졌다. 게임회사들은 판례에 반색하며 암암리에 거래를 지원하면서도, 약관에선 여전히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임서비스 종료 등으로 아이템이 멸실 될 경우 배상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반면 정부는 사회적 부작용을 감안해 아이템거래사이트 등을 통한 거래를 아예 규제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이템의 재산가치가 인정됨으로써 게임회사가 '화폐 등가물(等價物)'을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는 '중앙은행'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이 와중에 최근 고교생 등이 급전 수요자에게 휴대폰 소액결제로 아이템을 구매토록 하고, 자신들이 그걸 되팔아 주는 대가로 중개커미션을 챙긴 사건이 불거졌다. 경찰은 '무등록 고리대부업' 혐의를 적용했지만, 원금ㆍ이자를 받는 식이 아니어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빚어지는 혼란인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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