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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달려가 뽀뽀하고 싶구려…" 전선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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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달려가 뽀뽀하고 싶구려…" 전선에서 온 편지

입력
2012.06.0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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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투부대는 이 시간에도 베트공을 찾아서 산속을 헤매고 밤새도록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며 조명탄ㆍ포탄ㆍ총성이 울린다오."

국가기록원은 현충일을 맞아 호국ㆍ보훈 기록물 중 '전선에서 온 편지' 4통을 5일 공개했다. 공개된 편지는 베트남전과 6ㆍ25 전쟁 등에 참전했던 군인이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1970년대 베트남으로 파병된 맹호부대소속 정영환(72) 대위가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언제나 한결 같은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그리움이 북 받치는 밤입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달려가 뽀뽀해 주고 싶은 충동이 나를 엄습하는군요"라며 아내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 대위는 그러나"이 곳 월남 땅에 많은 한국 청년이 모두 같을 거요. 나와 당신만이 겪는 수난이 아닌 이상 남들이 참아 이겨내는 고통을 우리라고 못할게 무엇이겠소"라며 헤어져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아내에게 전달했다. 정 대위는 베트남 퀴논 지역에서 보급부대 정보장교로 근무했다.

그는 특히 편지 끝부분에"애기가 배에 있는지 궁금. 있기를 바라는 마음. 당신의 남편 영아가"라고 여운을 남겨 베트남 파병 후 아내의 임신 여부를 묻는 예비 아빠의 간절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정 대위가 보낸 편지지에는 베트남 지도가 배경으로 그려져 있고, 편지지 하단에는 '이기고 돌아오라 파월장병지원위원회(원호처)'라고 적혀 있어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기록원은 6ㆍ25전쟁 당시'유학성'이란 이름의 군인이 장인ㆍ장모에게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유씨는 눈 내리는 동지 밤에 최전선에서 장인ㆍ장모 등 처갓집 식구를 걱정하며 안부편지를 보냈다. 유씨는 편지에서"병모님(장모님의 강원도 사투리)의 염려 덕택으로 잘 지내고 있으며 군 복무에 노력하고 있으니, 저에 대해서는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라"고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자신보다는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유씨는 10여년 전 고인이 됐다.

기록원은 2011년 '민간기록 조사위원' 184명을 위촉해 호국ㆍ보훈 기록물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가치 있는 다양한 민간기록물을 수집해, 보관ㆍ전시하고 앞으로 대외에 적극 공개할 계획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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