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보도사진 작가그룹 '매그넘' 공동창립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순회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보도사진 작가그룹 '매그넘' 공동창립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순회전

입력
2012.06.05 12:22
0 0

한 남자가 고인 물을 피해 뛰어오르던 순간, 카메라 셔터가 '찰칵' 소리를 낸다. 1932년 프랑스 파리 생 라자르 역의 울타리 틈새로 포착한 이 장면은 '결정적 순간'의 미학을 대표하는 사진이 되었다. 이는 초현실주의 화가에서 사진작가로 전향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사진은 브레송을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근대사진을 완성한 그는 동시에 현대사진의 아버지다. 카메라로 모든 실험을 했던 그는 사진계의 도발자이기도 했다. 당시 모든 카메라 렌즈가 사건의 현장을 향해있을 때 일상의 비범함에 주목한 첫 번째 사진작가였으니. 잘 알려졌듯 그는 국제 자유 보도사진 작가그룹 매그넘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하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 골목을 누비던 그는 2004년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타계 1년 전 베를린에서 개막한 브레송의 세계 순회 전시는 유작전이 되어 11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9월 2일까지 열린다.

브레송의 대표작 250여 점을 비롯해 작가 자신의 일상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한 전시다. 그동안 출판된 사진집과 그가 평생 사용했던 카메라, 직접 그린 풍경 데생과 좀처럼 볼 수 없던 브레송의 일상이 담긴 사진 등이 망라됐다.

"나에게 사진이란 현실 속에서 표면과 선의 리듬을 포착하는 것이다." 브레송의 사진이 일상의 우연성에 기대고 있음에도 화면에 리듬과 균형,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있는 이유다. 정적인 순간과 동적인 순간, 빛과 어둠 등의 대비는 흑백사진에 강렬한 생명력을 선사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소녀의 움직임, 가지런히 늘어선 나무 사이로 걸어 나오는 남자, 골목을 비추는 한 줄기 햇살 속의 할아버지와 그늘 속 소녀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브레송은 평소 교류한 예술가들에게도 포커스를 맞췄다. 작가 사무엘 베케트, 철학자 사르트르, 화가 피카소와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등 당대 최고 예술가들의 말년이 담겼다. 이들의 성격과 생활을 짐작케 하는 배경이 드러난 덕에 초상사진에서도 '일상의 기록자' 브레송의 면모는 돋보인다. 그와 가까웠던 프랑스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의 초상사진은 특히 인상적이다. 마티스는 새 여러 마리를 키웠는데, 브레송은 마티스가 비둘기를 손으로 잡고 드로잉하는 순간을 잡아냈다. (02)735-4237

이인선기자 kel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